일상 이야기 (106) 썸네일형 리스트형 추석 전날의 풍경 # 25. 추석 전날의 풍경 깨끗히 닦은 후라이팬을 약불에 올리고 기름을 넉넉히 두른다. 적당한 온도다. 우선 소시지부터 부친다. 계란 옷을 입히고 노릇하게 구워낸다. 소시지 다음은 경단, 갈비살, 대구포를 부치고 그 다음은 야채다. 버섯과 호박에 튀김 옷을 가득 입히고 고기류보다 센 불에 빨리 부쳐낸다. 하이라이트는 고구마. 두껍게 썰고 기름도 고구마가 잠길 정도로 부어넣고 튀겨낸다. 오디오에서는 이소라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가 흘러나온다. 아~ 찌짐 디비는 배경 음악으로는 너무 화려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묘하게 어울린다. 언제부턴가 제사나 명절의 음식을 우리집에서 만들어 간다. 부모의 입장에서야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복작대며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명절의 맛이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시.. 아침 풍경 # 24. 아침 풍경 "때릉 때릉 때르르릉" 아침부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무의식중에 일단 꺼고 본다. 알람이다. 평소의 기상 시간이다. 이넘아, 추석 연휴란 말이다. 알람을 모두 해제하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쓴다. 몸은 침대에 있지만 이미 깨버렸다. 옆에는 아내가 곤히 자고 있고 밑에는 막내가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거실로 나오니, 발소리를 들은 멍군이가 어디서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한 번 쓰다듬어 주니 또 어디론가 간다. 큰 아이 방으로 가본다. 어제 새벽에 배하고 머리가 아프다며 안방으로 건너왔다. 아내는 체해서 그렇다며 양손을 땄고 아이는 속을 게워내고, 나는 나만한 남자 녀석의 배도 만지고 어깨도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렇게 한 바탕 난리를 치뤘었다. 이제 괜찮냐고 물으니 잠결에 멀쩡하다.. 추억 팔이 # 23. 추억 팔이 # 1 아침에는 상당히 선선하다. 이 정도의 날씨라면 일하기 딱 좋다. 바야흐로 르와이스 사막에도 가을이 왔다.... 라고 느끼면서 온도계를 보니 28도다. 낮에는 아직도 평균 45도다. 이런... 쒸~~ 온도계를 아니 봤어야 하는 건데.... 보는 순간 짜증이 확 나면서 더 더워온다..... # 2 차에 기름 넣으러 주유수에 갔다. 보통은 기름 넣은 일 같은 건 애들 시키지만 이 날은 휴일이라 직접 몰고 주유소에 갔다. 100 디람 (3만원) 어치요.... 아무 생각없이 주문했고 넣은 넘도 알았다는 듯 아무 생각없이 기름을 넣기 시작했다.... 근데.... 한참 넣다가 만땅이 되는 소리가 났다... 금액을 보니 75 디르함이다... 아....투산 기름 만땅 넣은데 간식으로 즐겨 먹.. 아무 계획 없는 연휴 # 22. 아무 계획 없는 연휴 무려 10일간의 휴일이 오늘부터 시작이다. 직장인에게 10일간의 휴일는 오백만년만에 오는 혜성의 주기와도 같은 거다. 그런 휴일임에도 아직 아무 계획도 없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 정도의 기간이라면 어디 놀러갈 뭔가의 계획을 적어도 며칠, 혹은 한달 전에 세워두었었다. 하지만 바빠서인지, 아니면 어디 놀러갈 정신이 없어서 인지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휴가 전의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아무 계획 없는 10일간의 엄청 희귀한 연휴를 맞이했다. 추석이 지나면 근무지를 옮기게 될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가족들을 만나는 시간이 지금보다 덜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연휴는 가족들과 아주 친밀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식구들에게 공표를 했더니 다들 "됐거.. 웃는 집구석 # 21. 웃는 집구석 "산아, 엄마가 고려대 농구 티셔츠 가지고 왔다. 함 봐봐." 얼큰하게 취해 12시가 다 되어 들어온 아내가 큰 아이의 방을 벌컥 열고 들어갔습니다. 얼마 전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시 대표를 거쳐 도 대회에서 우승을 했더랬습니다. 전국대회 출전권을 따낸 거죠. 저도 응원을 갔었는데, 연장전을 두번이나 한 끝에 이루어낸 쾌거였습니다. 물론 큰 아이는 농구를 좋아하고 대표 선수로 나갔습니다. "엄마 아는 언니 아들이 고려대 농구 선수인데, 산이 줄라고 사 왔대." "이거 코리아라고 적혀 있는데, 고려대 아인거 아이가?" "어? 연고전 할 때 샀다고 하던데, 아인가?" "아니거마능. 어데서 뻥치노?" 아이방에서 옥신각신 하고 있습니다. 안방에서 들으니 대화가 아주 가관입니다. 급기야.. 막내와의 한 판 승부 # 20. 막내와의 한 판 승부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돼지 저금통을 사주며,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깨서 사고 싶은 걸 사기로 약속했습니다. 좋은 취지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 사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머가 사고 싶은데?" "전동 킥보드요" "탈 수 있겠나? 위험 안하나?" "에이, 충분히 타죠!" "얼만데?" "옥션에 33만원요" "돼지 저금통엔 얼마 있는데?" "음, 오만원짜리랑.... 이십 몇 만원 되겠는데요." "그럼 모지란다 아이가?" "엄마가 빌려 주기로 했어요. 추석 용돈 받으면 갚을 거에요." 문제는 돼지 저금통에 돈을 모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과 초등학교 5학년이 타기에는 무지 위험해 보이는 물건을 산다고 하는 것입니다. 근데, 약속한 것이 있어 어물쩡 하는 사.. 에드워드 사이드 <지식인의 표상> 중에서 # 19. 에드워드 사이드 중에서 그저 수동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향해 거부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존재입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파자가 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영원한 각성의 상태, 절반의 진실이나 널리 퍼진 생각들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상태가 지식인의 소명입니다. (p.18) 지식인은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고 잊혀지거나 무시되는 약자들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가진 이들의 편에 설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p.40) 망명자적인 지식인의 역할은 관습의 논리에 따르지 않고 대담무쌍한 행위에, 변화를 표상하는 일에, 멈추지 않고 전진해가는 일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p.60) 지식인은 권위나 권력과 맺은 관계 또한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권위를 지식인은 어.. 떡팔이네 떡뽁기 # 18. 떡팔이네 떡뽁기 "아들, 저녁 뭐 먹을래?" "떡뽁기가 땡겨요."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을 대동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근처에 어느 떡뽁기집이 맛나냐고 물으니, 엽기떡뽁기, 청춘떡뽁기 등을 읊습니다. "떡팔이네 떡뽁기는 어때?" "거기도 맛있어요." 그래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떡팔이네로 향합니다. 학원에 간 딸에게 연락해서 가게로 오라고 연락합니다. "어? 금팔이 아이가! 어서 온나!" "그래, 오랜만이다. 얘들아, 삼촌한테 인사해야지. 떡뽁기 좀 도고." "아빠 별명이 금팔이에요?" "응. 아빠는 금수라서 금팔이고, 저 삼촌은 이름이 덕수라서 떡팔이네지." 떡뽁기 2인분에 순대1인분, 라면, 새우튀김을 시켰습니다. 순대는 거의 2인분이 나왔고, 시키지도 않은 고추튀김과 식혜가 사람 수 만큼 나왔..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