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aton Kim 2017. 11. 1. 23:21

 

 

 

# 48. 글감

 

  

 

글을 쓸 수록 '무엇에 대해 글을 쓸까' 라는 고민은 깊어진다. 하루하루가 새롭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 땐 이글이글 열매를 먹은 마냥 글들이 내 몸 속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쳤다. 물론 그 시절에도 글을 적었으나 체계적이지 못했고, 그 기록들의 보존에도 소홀했다.

 

 

 

선생님이 내 주신 글감을 골똘히 생각해 보기도 하고, 오늘 하루를 몇번이나 복기하다 못해 지난 주말의 복기도 해봤지만, 오늘 쓸 글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여느 날처럼 평범한, 지치고 피곤한 하루였다.

 

 

 

그래도 평소와 다른 일들을 굳이 꼽으라면, 전에 있던 팀에서 새 자전거를 선물로 받았고, 간디학교 겨울 캠프 신청에 대해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었으며, 바쁜 업무로 이번 주말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갈 짬이 나지 않아 아들한테 대표로 가는 걸 부탁한 정도다. 글로 쓰기엔 그다지 포인트가 있을 만한 일은 아니다.

 

 

 

일상도 마찬가지다. 바쁜 업무에 본 가을 하늘이 아름답지도 않았으며,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여전히 같은 맛이었고, 아침의 출근길(도보 25분) 특별히 상쾌하지도 않았고, 교통사고로 죽은 어느 유명 연예인의 소식 또한, 삶의 허무를 더했을 뿐이다.

 

 

 

글 쓸 거리가 없는 그저 그런 하루를 보냈다는 게 아쉬어 할 일일까? 그걸 주제로 글을 쓰면서 그 사실을 확인한걸로 족해야 하나? 아님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하루에 대해 감사해야 하나? 딱히 손에 잡히지 않는 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