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읽기
# 59. 본심 읽기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말 하는 걸 즐겨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말은 하지만, 말하는 재주가 없을 뿐더러 말보다는 글이 편한 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회식이나 그런 장소에 가는 것도 꺼려합니다. 아이들이나 아내에게도 그리 말을 하는 편이 아닙니다. 아내는 이런 나를 가끔은 재미없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날으는 솔개가 아니라서 말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말을 한다는 이야기는 듣는 상대방이 있다는 말입니다. 나도 누군가의 말을 듣습니다. 인간사의 일을 "그러하구나!" 라고 함축적으로 표현을 한다면 그 말을 알아듣는 이가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은 곧 그런 표현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밖에서 밥 먹자." 라는 아내의 말은 "나 오늘 밥 하기 싫어. 당신이 밥 해주면 좋겠는데." 라는 속내가 있고, "오늘 떡 만드느라 힘들었어." 라는 말은 "나 힘들었으니까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이제 푹 쉬라고 말해줘." 라고 하는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나 배 아파." 라는 아이의 말은 "나 오늘 학교 너무 가기 싫은데, 안가면 안돼?" 라는 속내가 담겨져 있고, "아빠 따라 안 갈래." 라는 말은 "나 집에서 뒹굴거리며 게임이나 할래." 라는 아이의 다른 뜻이 있습니다. "바쁜데 머 할라고 와? 별 일 없으니 안 와도 된다." 라는 부모님의 말씀은 "손자 손녀의 얼굴이 보고 싶구나. 주말에 다 같이 오렴." 이라는 본심이 담겨져 있습니다.
때론 말하는 이의 그런 속내를 모를 수도 있고, 알고도 무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본심을 잘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날으는 솔개처럼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고서도 상대방에게 존중받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그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많이 모자라지만, 말과 글을 통해 행간의 속 뜻을 알아가는 연습을 거듭한다면 그리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