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 독일

드디어 유럽으로 출발

Keaton Kim 2019. 6. 11. 16:19

 

 

 

드디어 유럽으로 출발

 

 

 

2019년 6월 9일 출발. 6월 10일 프랑크푸르트 도착

 

 

하이고, 드디어 출발 당일이 왔습니다. 하는 것도 없이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흐르던지요. 여태 뭐하고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주섬주섬 짐을 쌉니다. 바지 두 장과 티셔츠, 양말과 수건, 세면도구, 비상약과 맥심 커피, 책 두어 권을 넣으니 벌써 배낭에 꽉 찹니다. 여행할 때 짐을 거의 안가지고 다니다시피 하는데도 이렇군요.

 

 

어제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예매하러 갔다가 매진이라는 말에 급 황당했었습니다. 백수가 되니 요일 개념이 없어져 오늘이 일요일이줄 미처 몰랐습니다. "어이구 잘 헌다~"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벌써 들립니다.

 

 

"아빠, 잘 다녀 오세요.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구요."

"지갑, 여권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 칠칠맞게 잃어버리지 말구."

 

 

아이들과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점심을 먹고 좀 일찍 서울가는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소변이 마렵기 시작합니다. 헐. 비상상황입니다. 휴게소는 아직 멀었는데. 2시간쯤 지나자 몸이 부들부들 떨려옵니다. 오줌 참는 기능이 고장났나 봅니다. 아, 이젠 안되겠어. 더 이상은!! 이라고 포기할 쯤 휴게소에 차가 섭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서울에 내려 공항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웬 택시가 와서 공항가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하니 만원에 태워다 준다고 합니다. 설마. 이렇게 고마울 때가. 마침 공항 들어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우여곡절을 지나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1시 비행기인데 지금 시간이 7시 30분입니다. 공항에서 찾는 유럽 유심칩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는데, 9시에 문을 닫는다고 좀 일찍 온 겁니다. 알고보니 현장 구매도 가능합니다. 한달 동안 2기가를 쓸 수 있습니다. 두달 반의 여행이라 2개 더 구입했습니다. 2층에 있는 까페로 가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출발 전의 여유를 갖습니다.

 

 

얼마전 친구이자 여행작가인 갑수의 책이 나왔는데, 제목이 <밤의 공항에서>다. 비행기는 기다리는 밤의 공항에서 느끼는 감성이라.... 제목 참 잘 지었다. 아직 읽지 못했는데 산이 올 때 가지고 오라고 그럴까?

 

 

돈, 여권, 뱅기표만 있으면 일단 외국에 갈 수 있다. 근데, 뱅기표를 안들고 왔다. 종덕이 형이 독일 입국 때 출국 표를 보여달라고 하니 프린트를 하라고 한다.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뱅기표 프린트도 하고, 쓰다 만 독일 책에 관한 글도 마무리한다.

 

 

돈이 없어서 비싼 직항은 못타고 아부다비를 경유해서 가는 에띠하드 항공이다. 프랑크푸르트 인, 마드리드 아웃 왕복 비행기. 나는 79만원이고 아들 산이는 방항이 최성수기라 123만원이다. 이제 출발이다.

 

 

예정대로 새벽 1시에 비행기는 떴습니다. 9시간 45분 비행입니다. 몸은 피곤한데, 앉아서 잠을 못 이룹니다. 세 시간이 지나자 허리가 아파옵니다. 사람들을 모두 자는데 혼자 일어나서 체조 한번 하고 또 앉습니다. 잠깐 졸기도 하고, 나달의 프랑스 오픈 결승 경기도 보면서 압다뷔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옆 자리에 앉았던 아저씨(쿠웨이트 플랜트 현장에서 일하신다고. 같은 노가다 종사자라 얘기가 잘 통했다)와 담배도 한대 태우고 쥬스도 함께 마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압다뷔 환승 게이트. 사람들이 다 타고 나는 마지막으로 탔다. 두건을 쓴 아랍 언니가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해서 "쏴리, 몰랐어." 라고 웃어주었다.

 

 

아부다비에서 독일로 가는 에띠하드 뱅기. 물론 스튜디어스들은 그 동네 언니들이다. 지나갈 때 특유의 아랍향이 난다. 아부다비에서 노가다 할 때 자주 왔던 아부다비 공항을 이런 여행으로 오니 기분이 묘했다. 여쨌던 반가왔다. 언니들의 아랍 냄새도 반갑고.

 

 

옆자리에는 인도 친구가 앉았습니다. 어디 출신이라고 물으니 타밀나두라고 합니다. 폰티체리, 첸나이가 있는 동네입니다. 소설 <파이이야기>의 주인공도 타밀 출신입니다.

 

 

"타밀어로 마더가 '엄마'지?"

"맞어."

 

"파더는 '아빠'라고 하고?"

"어, 그래. 어떻게 알아?"

 

"코리언도 그래. 타밀어랑 똑 같아."

"어? 정말? 놀랍네!"

 

 

인도의 타밀어와 한국어가 비슷한 말이 많다고 하니 놀랩니다. 저도 파이이야기 영화보고 놀랬습니다. 김수로 왕의 왕비 허왕후가 인도에서 돌배를 타고 왔는데, 허왕후의 고향이 타밀나두라서 그렇다는 카더라 통신의 썰이 있습니다.ㅋㅋ

 

 

압다뷔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6시간 45분이 걸립니다. 비행기만 16시간을 넘게 탑니다. 거기다가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에다, 공항 대기 시간, 환승 대기 시간을 합치면 30시간이 훌쩍 넘습니다. 비행기 타는 것이 너무 힘드네요. 여행은 젊을 때 하는 거라는 성인?들의 말이 진짜 맞습니다. 몸이 지쳐갑니다. 거의 한계에 다다를 무렵 유럽의 관문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되게 좋은 줄 알았는데, 뭐 평범했다. 사실 울나라의 공항이 워낙 높은 클래스에 있어서 다른 웬만한 공항은 다 평범하게 만들어버린다. 출국 심사장에 줄이 꽤 길다.

 

 

옆을 보니 텅텅 비었다. 유럽 마크가 있는 걸 보니 유럽인 전용인데. 우기고 함 들어가봐? 라고 하다가 참았다. 심사대에서 "쿠텐 탁"이라고 웃어주니 독일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심사하는 게르만 형님이 웃으며 물어본다. 얌마, 울나라에선 고등하교 때 다 배워. 머하러 왔냐, 얼마나 오래 있을 예정이냐, 출국은 언제 하냐 등등을 물어보더니 굿 트립하라고 하면서 도장을 '철커덕' 찍는다.

 

 

공항 모습. 독일 택시는 다 벤츠라더니, 정말이네. 운전하는 사람들은 아랍애들 아니면 인도애들처럼 보인다.

 

 

숙소가 있는 중앙역으로 가야 되는데....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헐.... 저 뱀은 무슨 뱀이냐? 똬리는 또 왜 저렇게 틀고서는.....

 

 

지하철표 자판기는 이렇게 생겼다. 

프랑크푸르트 1회용을 끊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온 표다. 도통 무신 말인지....

공항에서 지하철로 10분 남짓 걸렸다. 근데 5유로라니.... 얼마냐, 6500원이 넘네. 이 동네 교통편 확실히 비싸군.

근데, 개찰구나 검표원이 없다. 표를 사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물론 걸리면 아주 비싼 과태료에다 완전 쪽팔림은 보너스겠지만. 실제로 끊지 않고 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런지 궁금하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북쪽 문으로 나오니 험상 궂은 아저씨들이 담배를 태우고 있다. 그럼 나도 한대. 근데 좀 있으니 신발도 신지 않은 부랑자가 자기도 한 대 달란다. 한국이 담배 인심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나.

놉. 이라고 하니 다시 간다. 그러다 다시 돌아와서 사정을 한다. 한 개피 줬다. 고맙다고 두어번 인사를 한다. 여기도 사람사는 동네네.....

 

 

야~~ 트램도 다니네. 예약해 두었던 한인 친구민박집은 역에서 아주 가까웠다. 찾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사실 간판이 좀 조그맣긴 하다.

 

 

요렇게 생긴 건물이다. 왼편 아래쪽 문이 이 건물 들어가는 문이다. 초인종이 안되나 부다. 몇 번 눌렀는데 반응이 없다. 좀 기다리니 비밀번호를 누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터키 형님이 있어서 나도 따라 들어갔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5인 도미토리다. 아침 식사 제공에 31유로로 예약했다. 서유럽에서 묵는 가장 낮은 금액일거다. 방은 깔끔하다. 근데, 아무도 없다. 독채다. 좋아해야 하나?

 

 

이렇게 첨으로 유럽 땅을 밟았습니다. 숙소 도착 시간을 보니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입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밤 11시입니다. 집을 떠나 만 하루 하고도 10시간만에 도착했습니다. 하루반이 걸렸는데 잠은 비행기안에서 졸다말다한 두어 시간이 답니다. 얼른 샤워를 하고 누웠습니다. 하도 피곤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기나긴 잠의 터널로 빠져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