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100일 글쓰기, 끝과 시작
Keaton Kim
2017. 11. 28. 22:52
# 64. 100일 글쓰기, 끝과 시작
하루에 한 꼭지씩 날마다 글을 써서 100일이 되면, 마늘과 쑥으로 버틴 곰은 아닐지라도, 뭔가 변화가 일어날 줄 알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해냈다' 라는 자그마한 성취감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이 감정은 뭔가. 딱 꼬집어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굳이 말하자면 허탈감에 가깝다.
숭례문학당의 지인중에 100일 글쓰기 강좌가 가장 가성비가 높다는 말에 꼬드김을 당해 신청했다.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일종의 마감이라는 긴장감에, 글을 쓰지 않으면 뭔가 하루의 할 일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뎌 오늘이 100일째 되는 날이다.
쓴 글들을 쭉 한번 읽어보았다. 하마터면 기억의 저편에 사라졌을 순간의 시간들이 글로 바뀌어 그곳에 있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내 시간의 파편들이다. 그리고 나의 모자람을 절실히 깨달았다. 풋내기 농구 초보 강백호는 서태웅이 얼마나 높은 존재인지 전혀 몰랐다. 일만번의 점프슛 연습 후에 그제서야 강백호는 서태웅이 얼마나 큰 벽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일만번의 연습 이전의 강백호였다. 100일 정도 지나니 내 글쓰기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느끼게 된다. 글쓰기 공부를 한다는 건 글쓰기의 깊이를 알아간다는 거다. 내가 느낀 허탈감의 정체는 아마도 이것일테지. 이제 겨우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알아버린 나.
이제 100일 글쓰기가 끝났다. 하지만 나의 글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