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일
# 82. 어느 휴일
따르르르릉~~~ 알람이 울린다. 6시 40분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회사 안간다구.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웠다. 멍하니 누워 일어날지 말지 고민하다 잠이 들었고 다시 깼다. 시계를 보니 7시 50분. 엉금엉금 일어나 이를 닦고 노트북과 어제 산 책과 빵을 주섬주섬 챙긴다. 물을 한 컵 들이키고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따뜻할 거라 생각하고 워머를 하지 않았더만 귀가 시리다. 오늘의 일상도 다르지 않군. 자전거의 행선지가 현장에서 도서관으로 바뀐 것 빼고는.
도서관에 도착하니 이제 겨우 몇 사람 와 있다. 일찍 오긴 왔나보다.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켜고 책을 편다. 책의 배경은 백 년전의 경성이다. 어떻게 살아도 비극으로 끝나는 시대였지만 뜨겁게 사는 사람들이 책 속에 있었다. 책을 읽고 자료를 검색한다. 두 시간 정도 지나서 가지고 간 빵으로 요기를 하고 담배도 한 대 태운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와서 쓰다 남겨둔 독후감을 쓴다. 언제나 느끼지만 항상 마무리가 어렵다. 경쾌하게 끝내려고 하나 글이 자꾸 무거워진다. 밖으로 나가 또 담배 한 대를 태운다.
오후 두시 반. 도서관을 나선다. 근처에 설렁탕 집이 보인다. 그리로 들어가 설렁탕을 먹는다. 홀로 먹는 밥은,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 꽤 맛나다. 김치도 맛있고. 과일을 좀 사갈까 하여 근처 과일 가게에 들렀으나 거기다 나처럼 오늘 휴일이다.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를 한다. 개운함과 나른함이 함께 몰려 온다.
침대에 누워 아까 읽던 책을 편다. 다음 장면이 흥미진진하지만, 나도 모르게 끼무룩 잠이 들었다. 다행히 금방 깨어 방과 거실을 왔다 갔다 한다. 테레비도 켜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본다. 1번부터 120번 대까지 두어번 돌리다 사발면으로 마음의 허기를 대신한다. 노트북으로 노래를 틀고 벽에 기대어 앉아 가만히 듣는다. 전화 한 통 오지 않고 아직 한 마디의 말도 안했다. 내일은 또 출근이고 전날 밤의 시간은 흘러만 간다.
목표도 계획도 없이 그저 살고 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