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 후예들의 아름다운 미소, 캄보디아
여행을 떠날 때, 예전에는 어디에 가지? 가 제일 큰 화두였는데, 이젠 누구랑 가지? 가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가는가 보다 누구랑 가는가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언제 부터인가 아이들을 따로 데리고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둘이 가면 그 아이에 대해서 훨씬 잘 알 수 있고, 그래서 각별한 감정이 생겨 더 친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산,들,강 중에 하나만 데리고 가리라고 마음 먹습니다. 산이랑 가면 가장 수월할 뿐더러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게 가장 많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어쩐지 장남만 우대하는 것 같아 동생들에게 미안합니다. 강이는 해외여행을 가기는 아직 좀 어릴 뿐더러 가서 느낄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고, 무엇보다 내가 좀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입니다. 그래서 들이랑 같이 가기로 맘 먹습니다. 둘째라는 핸디캡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아이고, 속을 가장 알 수 없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속에 불 같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나, 그걸 잘 안보여 주는 아이라, 이번 기회에 그 속을 좀 들여다 보고 싶기도 해서 입니다.
자, 그럼 어디로??? 는 생각보다 쉽게 결정되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명제 하에 가고 싶은 곳은 바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그 여러나라입니다. 소승불교의 덕택으로 살아있는게 항상 감사한 나라, 그래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여인들의 미끈한 몸매를 볼 수 있는 나라 - 베트남,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입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도 가고 싶고, 갑수의 책에서 본 라오스의 루앙프라방도 가보고 싶지만, 역시 크메르의 미소가 담긴 앙코르왓이 가장 눈길을 끕니다.
누구랑, 어디로, 만큼 어려운 결정이 하나 더 남았습니다. 바로 어떻게 입니다. 가장 손쉽게 떠날 수 있는 방법이 패키지 여행입니다. 제일 재미없는 여행이긴 하지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약간의 고민 끝에 패스.... 여행에서의 재미는 목적지에 잘 도착해서 가이드의 해설에 따라 보고 먹고 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 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재미라는 것을 이제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부를 별로 안한 관계로 정보도 많지 않고 해서 숙소는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를 생각해봅니다. 훌륭한 절충안이라 생각됩니다...... 만 이것도 패스. 나..... 4개국어 하는 남자야...... ㅋㅋㅋ 그래서 결국 내 맘대로 자유여행에 숙소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정합니다. 이제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노니라고.... 잘 안되여.....
요르단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아내랑 아이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니 약간의 변수가 생겼습니다. 들이가 단둘이 캄보디아에 가는 걸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대신 산이는 아주 가고 싶어 합니다. 아내는 강이랑 같이 가라고 합니다. 강이도 형이랑 누나야가 방학 때 에브랜드니 어디니 갈 때, 자기는 집에서 청소만 했다고 자기랑만 가자고 합니다. 또 고민합니다. 처음엔 산이랑 강이랑 다 데려가려 했다가, 아이랑 단둘이 가는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과, 강이가 형이랑 안가고 혼가 가겠다는 땡깡과, 강이랑 가면 훨씬 재미있을 거라는 아내의 조언 및 반 협박으로 결국 막내 강이랑 둘이서 가기로 합니다. 어쩌면 잘 된 일입니다. 강이가 태어나면서 집을 떠나 떠도는 생활을 시작해서 아이가 초2가 된 지금까지 떠돌이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셋 중 막내랑 지낸 시간이 저에게도 가장 짧았습니다. 막내랑 단둘의 추억거리를 만들 기회가 생긴 겁니다.
잘~~~ 해보자..... 강아!!!
공항까지 태워다 줘!!! 안돼, 경전철 타고가!!! 아내랑 실랑이 끝에 결국은 졌다.... 김해 봉황역 경전철에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고.... 엄마랑 작별의 뽀뽀를 나누는 막내 강이...... 떠나는 막내 마음이나 보내는 엄마 마음이나.....
이제 부터 여행 시작이여~~~ 강아.... 우리 잘 놀다오자!!!!
공항이 마냥 신기한 강이..... 아빠 비행기 겁나 많아!!!
아빠랑 셀카도 한장 찍고.....
김해 공항에서 엄마랑 마직막 통화도 하고.....
비행기 트랩에서..... 우리가 타고 갈 에어부산.... 씨엠립까지 왕복 1인당 475,000원. 나름 싸게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값의 반으로도 온 사람이 있다능....ㅠㅠ 비행기표를 너무 일찍 예매해서 그렇나??? 국내의 땡처리 비행기를 좀 더 들여다 봐야......
우와.... 나 비행기 탔어!!!! 횽아 부럽쥥??? 나 형보다 먼점 비행기 타봤다!!!ㅋㅋㅋ
그렇게 도착한 씨엠립 공항..... 공항에 비행기 딸랑 세대....ㅎㅎㅎ 전용 트랩이나 승객 운반 버스... 이런 거 개뿔 없다. 그냥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장까지 걸어오면 된다.... 아주 아날로그한 공항이다. 나... 이런 공항 아주 좋아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대로 가면서 한장 찍고......
입국 심사대.... 가 아니라 비자 받는 곳이다. 두당 이십달러 주면 캄보디아 비자 붙여준다. 비자 준비 서류에 사진이 필요하다고 나온다. 출발하기 전에 티켓팅하면서 표 끊어 주는 언니가 사진 가져 왔냐고 물어서 안가져 왔다고 했더니, 그럼 벌금을 물수도 있다고 엄포를 주고, 자기네는 그 벌금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서약까지 받고 해서..... 약간 긴장했었다. 그러나 사진 없어도 비자는 잘도 나왔다.. 물론 벌금 따윈 없고..... 그리고 입국 심사하면서 뽀찌 1달러를 요구한다고 들었는데, 도장 찍어주는 캄보디아 아줌마가 역시나 1달러를 외쳤다. 관례라 여기고 그냥 주었다. 금방 도장을 찍어 주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 자리를 앉기 위해 많은 돈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앉으면 본전도 뽑아야 되고 하니.....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마중나온 버스나, 택시나 툭툭이나 해서 다 제 갈길로 가고..... 나는 공항을 눈에 담아둘 요량으로 가장 늦게 나왔다. 사람들이 다 가고 나서야 갈 채비를 하고.... 공항에서 딱 나오자 마자 뭔가 편안해졌다. 뭣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이 나라가 좋아졌다. 잘 부탁해~~~ 캄보디아~~~
툭툭이를 타고 나오면서 바라 본 공항의 전경
이것은 머시냐 하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도중의 길을 찍은 사진이다. 가로등도 하나 없고 저기 멀리 보이는 불은 아마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일거다. 캄보디아 전기 사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툭툭이...... 오토바이에 리어카를 붙인..... 대표적인 캄보디아 교통수단이다. 생각보다 편안했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했다. 방에 올라가보니 침대도 강이랑 둘이서 씨름을 해도 될듯..... 이런 방에 조식 포함에, 수영장까지 딸려 있는 호텔이 하루 묶는데 29달러다. 강이를 생각해서 좀 좋은 곳에 묵으려고 했는데.... 훌륭했다. 출국장과 호텔까지 오는 시간과 호텔 체크인등이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음에도 새벽 1시가 다 되어간다. 강아~~ 빨랑 씻고 자자~~~
첫째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늦게 도착한 관계로 오늘은 그냥 호텔이랑 시내 구경이나 할까 합니다. 앙코르왓 티켓이 어차피 3일짜리를 살 것이니, 하루쯤은 빈둥거리며 보내도 될 듯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호텔에 딸린 수영장이 보입니다. 아~~ 좋은 풍경입니다. 이런 거 참 좋아.... 아무 생각없이 그냥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
씨엠립은 수도 프놈펜과 해안도시 시아누크에 이어 캄보디아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라고 합니다. 씨엠이라는 말은 캄보디아어로 태국입니다. 씨엠립이라는 이름은 '태국 격퇴'라는 뜻이라는 군요. 17세기에 타이의 아유타야 왕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런 이름이 붙었댑니다. 캄보디에 제 3의 도시이긴 하지만, 막상 가 보면 시내는 자전거로 1시간이면 충분하게 구석구석 다 돌 수 있습니다. 주 전체 인구는 약 70만이라고 하고 시 인구는 약 7만 정도입니다. 전라도의 장흥이 인구 5만 정도라고 하더마.... 그래도 여행지 답게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음식점등은 아주 발달되어 있습니다. 앙코르의 매력으로 캄보디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입니다. [내가 카는 말이 아니고.... 위키백과에서.....ㅋㅋㅋ]
여기가 우리가 네밤을 보낼 곳인 마더홈인 호텔...... 가격대비 훌륭했다. 하긴, 캄보디아에서 다른 곳에서 묵어보지 않아서 비교가 잘 안되긴 하지만..... 이곳 바로 옆에 앙코르 게스트 하우스라는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가 있고 10미터 앞에는 야마토 라는 일본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아침 부페 전경.....
식탁에 장식한 넵킨 꽃이 예뻤다. 이것을 만든 종업원들의 마음씀씀이도 예쁘고....
그리고 아침식사...... 이 정도면 머 훌륭하지... 안그래??? 강이는 빵만 먹었다...
오전 일과는 자전거 타고 시내 거리 구경~~~ 자전거는 호텔에서 공짜로 빌려줌... 다행히도 강이가 탈만한 자전거가 있네....
저녁에 오늘 한것 중 머가 젤루다 잼있었냐고 물어보니, 역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닌 거란다. 역시.... 강아~~ 아빠도 재미있었어~~
엥??? 얼마 가지 않아 한국식당도 보이고~~~ 김밥에 냉면도 판대~~~ ㅎㅎㅎ
한가한 오전..... 씨엠립의 거리. 차보다는 역시 오토바이가 대세~~
강이를 잠깐 세워두고 올드마켓 거리를 돌아보고......
잠깐 차한잔 하러 외국인들 많은 커피점에 들어간다. 뒤에 풍만한 몸매의 예쁜 언니가 주문을 받았다. 나름 유명한 커피숍인가 다른 곳은 텅텅 비었는데 이곳만은 사람들이 드글거렸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고 종업원한테 물어보니 커피가 맛나단다..... 이런~~~
강이는 쥬스, 나는 커피를 한잔 느긋하게 마시고......
느긋하게 시장 구경도..... 할라 했는데 강이가 빨랑 가자고 보채는 바람에 대충 분위기만 둘러본다. 어디든 시장은 이렇게 사람이 많다. 활기찬 이런 사람사는 분위기가 좋다.
강이 모자도 사고, 엄마 선물, 누나 선물도 사고.... 선물은 다 샀음.... 바지, 모자, 원피스, 슬리퍼..... 일곱가지인가 여덟가지 인가를 샀는데 35달러 줬음.... 선물 받는 사람에겐 비밀임.....ㅋㅋㅋ
가게 언니랑 사진도 한장 찍고.......
요건 엄마랑 누나야 선물...... 한 켤레 4천원.....ㅎㅎㅎ
요건 엄마 원피스.... 맘에 들어 할려나??? ㅎㅎㅎ 요건 쫌 비싸다... 오천원...ㅎㅎㅎ
요건 누나야 모자.... 역시 사천원....
오다가 강이가 발견한 음식점이다.
야채랑 라면이랑 뽁아서 그 위에 계란을 올린 먹거리이다....
다 만들면 이렇게 된다. 요렇게 해서 천원이다. 우리는 두개 샀다. 더운 날씨에 불판에서 일한다고 더 고역이다. 이런 곳에 일하는 사람은 대개가 여인이다. 남편같은 냥반은 그늘에서 부채질 하고 계신다...... 이런 씨~~
사진 한장 부탁을 하니 흔쾌히 마스크를 벗고 포즈를 잡아 주신다. 얼굴에는 부지런함과 소박함이 깊이 배여있다.
고무줄 놀이를 하는 현지의 아이들...... 우리나 여기나 애들 노는 것은 똑 같다. 단지 약간의 가난함이 묻어 있다는 것 외에는...
점심으로 천원짜리 뽁음 라면을 먹고, 강이가 아침부터 꼿힌 호텔 수영장에서 놀다. 강이 키보다 훨씬 깊었지만, 잘 논다....
그러는 와중에 나도 세상에서 가장 편한 포즈를 취하고.....
그러다 지겨우면 나도 수영 좀 하고....
일명 '김강이와 아빠의 전용 수영장' 되시겠다....ㅎㅎㅎ
이날 오후 무려 네시간을 수영장에서 보냈다. 강이 징한 넘~~~ 뭐 그러나..... 나도 좋았다. 강이를 보고 있는 시간도 좋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수영하다 목마르면 머 시켜 마시고, 배고프면 머 시켜 먹고..... 오늘은 햄버거를 시켜 먹었는데, 꿀맛이었다.
저녁이 되어 또 거리 구경을 나간다.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버금간다는 씨엠립의 팝 스트릿이다.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온통 묵고 놀자는 외국인이다. 화려했다. 이태원의 어느 거리 풍경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나라의 한곳에 있는 이 거리가 웬지 낯설다....
인터넷에 담방 나오는... 그 유명한 레드 피아노다. 그 졸리 언니가 다녀갔다는.... 사람 졸라 많았다.
팝 스트릿의 어느 까페 거리.... 외국인으로 붐볐다.
그 거리를 배경으로 아들 사진도 한장 찍고....
또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는 다리.... 관광지답게 네온싸인이 화려하다.
둘이서 셀카도 한장 찍어 주고....
강이가 이거 먹고 싶다고 해서..... 파는 곳을 한참이나 찾았다. 통 하나가 딱 한잔 나왔다. 보통은 컵에 부워서 주는데, 우리는 그냥 통째 달라고 해서 그렇게 마셨다. 빨대를 꽂기 좋게 이렇게 다듬는다.
집념의 강이... 결국은 소원 성취.
사실 나도 먹고 싶었다. 맛은..... 그냥 맹물에 가까웠다. 강이 두 모금 마시고 나한테 줬다. ㅠㅠ
돌아오는 길에 들른 수퍼..... 이렇게 큰 박카스 봤나???
그렇게 첫째날을 보냈습니다. 씨엠립 시내를 나름 구석구석 구경했지만 그렇게 가난한 나라라고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시내는 아무래도 아주 겉 표면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런 모습도 캄보디아의 일부이긴 하지만요..... 캄보디아의 속살을 보려면 아무래도 좀 바깥으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 4대 빈국에다 1인당 국민소득이 천불이 가까스로 넘은 나라 (라고 쓰고 검색을 해보니.... 세계에서 최고로 가난한 나라는 아프리카 콩고입니다. 그 외에 10위권까지가 거의 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네요... 국민소득이 몇 백불인 나라들입니다)인 캄보디아. 크기는 남한의 1.5배에 인구는 천오백만. 한때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강자로 군림했으나 근대에 들어서 프랑스 식민지가 되고, 1953년 해방이 되었으나 현대사에서 잘못된 군주를 만나 킬링필드라는 엄청난 과오를 저질러 버렸던, 너무나도 아픈 과거를 지닌 나라입니다만.... 하루 동안 본 사람들의 얼굴은 아주 밝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도 훨씬 더 밝은 모습입니다. 아부다비에서 일하면서 느낀, 거기에서 일하는 방글라, 파키스탄, 인도의 노동자들의 그 밝음과 비슷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이 우리 보다 훨씬 밝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아이러니 합니다.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강이는 피곤했던가 아침에 계속 자고.... 깨우지 않고 그냥 놔뒀다. 사실 바쁠것도 없다. 누가 머 해라 하는 사람도 없고.... 강이랑 나랑 잘 맞춰서 하면 된다. 그게 좋다......
그래서 일어나서 아침 먹고.... 강이 수영장을 보더니 또 수영하겠단다. 어제는 뭐가 젤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니, 수영한거랑 자전거 탄게 제일 재미있었댄다. 그래, 강아, 니가 신나는 걸루다 계속 해라..... 하고 놔 두니... 또 네시간을 수영한다. 대단한 넘. 지치지도 않는다. 이틀 사이에 강이 수영 실력이 많이 늘었다. 강이에게서 눈을 떼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져도 전혀 불안하지 않을 만큼..... 그 덕에 나는 비키니 언니 구경도 맘껏 하고.....ㅋㅋㅋ
호텔 수영장에서 실컷 놀다가 점심은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근사해 보여서 들어와 봤더니, 일본 게스트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게스트 하우스 이름이 무시무시하다. 大和야마토..... 굳이 캄보디아까지 와서, 그것도 게스트 하우스 이름을 야마토라고 지을 것 까지야...
나는 된장국 정식, 강이는 카라아게 (통닭).... 둘이 나눠 먹었는데, 가격 (총 오천원)대비 만족도는 아주 좋았다.
울 강이 머든 맛나게 잘 먹는다.
오늘은 앙코르와트 표를 끊어야 된다. 사흘짜리를 끊었다. 40달러. 강이는 공짜다. 이런 왕재수....ㅎㅎ 아침에 만난 콜럼비아에서 온 청년이 자기도 사흘짜리를 끊었는데, 날짜는 일주일이라고 자랑을 했는데, 나도 날짜를 이렇게 줘서 물어 보았더니..... 1주일간 유효한 표란다. 그러니까 일주일안에 세번을 쓸 수 있는 표라는 거다. 음... 그렇군.... 나름 합리적인데.... 페트라에서도 이렇게 여러날을 쓸 수 있는 표가 있어서, 그 표를 사서 다시 되판다고 하던데, 여기서는 사진을 찍어서 아예 그런 우려를 원천봉쇄를 해버린다. 나름 사진도 잘 나왔당...ㅎㅎㅎ
오후 일정은 따프롬 및 그 일대로 정했다. 처음부터 앙코르와트를 봐 버리면 그 다음에 보는 사원들은 다 시시해질 거 같아서이다. 호텔 툭툭이를 타고 나선다.
따프롬으로 가는 길..... 이런 길.... 봐 봤수???
툭툭이 뒤로 현지 형님들도 따라 오시고......
가는 도중에 년 4모작도 가능하다는 캄보디아의 논이 보인다......
드디어 도착한 따프롬 사원 입구.....
요렇게 된 것을 요렇게 고쳤다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좀 더 찾아보니 이 출입구 길 외에는 별로 복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한건지 못한건지.... 그래서 가장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사원이라고......
처음 우리를 반겨주는 압사라가 인장적이다.
그래서 그 압사라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장 찍고.....
저 멀리 보이는 따프롬의 메인 출입구.... 먼가 으시시하다.....
무너지지 않게 공구리 구조물을 대서 서포트로 바쳐놓았다.
따프롬 사원은 크메르 제국의 황금기인 자야브라만 7세가 앙코르톰을 짓기 전에, 엄마를 위해 지은 불교 사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12세기 중반부터 13세기 초까지 지었다고 하니 약 800년 된 건물이다. 동서 1키로 남북 600미터에 이르는 주벽으로 둘러 싸여진 대규모의 건물이다. 한창일 때는 만이천명의 승려와 사원 관계자들이 살았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 이런 모습으로 변해 있다..... 지금 이 사원을 보면서 그 시절을 아무리 머리속으로 그려 보려고 해도, 상상이 잘 안된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더니, 이렇게 목 잘린 형상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
건물의 멋스러움은 바로 이런 열주들에 의해 가장 잘 나타난다. 불국사가 생각난다. 천정은 아치이지만 서양 건축에서 보는 아치와 약간은 구조가 다른 듯한..... 그리고 숨은 강이 찾기!!!
뭔가를 보수 하려는지.... 이동식 간이 크레인도 들어와 있고....
근데 이 잘린 나무는 살은겨 죽은겨???
무너진 옛 영광들......
그 무너진 영광과, 그리고 지금은 사원보다 유명해진 따프롬의 나무들과 함께.....
열주들이 어느 곳은 무너지고, 어느 곳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고.....
사원 곳곳에 침투한 나무들.....
나무가 무서워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어느 학자는 '숲이 뜨거운 사랑을 담아 폐허가 된 유적지를 껴안고 있었다' 고 표현했다는데.... 실제로는 그 숲의 나무들이 유적지를 폐허로 만들었다고 한다. 벽의 돌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그래서 서서히 자라면서 화려했던 영광은 숲이 되어버리고.... 이제는 이 사원보다 더 유명해져 버린 사원의 나무들...... 개인적으로는 앙코르의 사원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무와 사원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되는.....
사원을 훼손하는 주범이 나무이긴 하지만, 복원은 그리 간단치 않다. 거목을 제거하고 무너지는 석재를 복원했을 경우, 이 사원만의 독특한 매력이 손상될 수 있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더 손상되고.... 유네스코도 머리 아플거다. 하지만 오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무들은 아무도 없는 사원을 지키고, 또한 사원의 주인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아무리 나무지만 그들의 권리도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이제 나무 없는 따프롬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거의 다 둘러볼 무렵, 말로만 듣던 캄보디아의 소나기를 만났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정말 한치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내리고....... 그래서 비를 피하려고, 한참을 기다려도 비는 그치지 않고.... 강이랑 사원안에 갇혔다. 프랑스에서 온 연인이랑.... 번개가 칠 때마다 프랑스 연인은 서로를 안았다. 나도 강이를 안았다. 가방에 있던 쵸코바를 프랑스 연인에게 주니 사양했지만, 거듭 주니 못이기는 체 받았는데, 살짝 보니 아주 맛나게 먹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나서 비가 좀 줄어들자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비와 사원과 나무와 막내아들..... 한동안 잊지 못할 광경이다
삽시간에 사원은 수영장이 되고....
이게 따프롬의 표지사진에 항상 등장하는 대표 모델 나무다. 빗속에서 보는 그 나무는 신령스러웠다.
우리랑 같은 처지의 한국 언니들이랑 강이랑 대표 모델이랑 사진 한장 찍고.....
오랜만에 시원하게 비를 맞았다.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따프롬 주변의 한 두 사원을 더 구경할 예정이었으나 비 때문에 패스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왕 비 맞은 거..... 오늘은 비를 맞으며 저녁 먹으러 가기로 한다.
비오는 저녁의 씨엠립 6번 국도와 강이
한참을 돌다 강이가 찾은 음식점. 강이랑 여행하면서 가장 잘 맞는거가 바로 이거다. 강이도 현지 음식 좋아한다. 그것도 이런 뒷골목 음식을.....
현지인 전용 식당 같으다..... 여기 오는 외국인은 우리뿐.....ㅋㅋㅋ
해물 뽁음밥과 뽁음면..... 안주는 국물까지 달래서 잘 먹었다. 콜라까지 시켜먹고 모두 5달러. 우리에겐 진수성찬.....
인상이 참 좋은 현지 언니 가족들의 외식.....
크메르 제국의 수도인 앙코르. 앙코르 시대를 정확하게 정의하면 802년 크메르의 힌두교 황제 자야바르만 2세가 자신 스스로 '만국의 군주'라고 선언을 했을 때부터 시작되어 태국의 침략자들이 1431년 크메르의 수도를 약탈하여, 프놈펜의 남쪽으로 이주를 한 약 630년입니다. 이 시기의 인도차이나 반도의 주인은 바로 이들 크메르인이었습니다.
앙코르 제국의 가장 위대한 왕 자야브라만 7세. 가장 강성했던 시기였기도 하고, 그래서 그 시기에 지어진 유적들이 많습니다. 앙코르톰, 따프롬, 프레아 칸 등이 있습니다. 앙코르 제국의 종교도 힌두교에서 이 시기부터 불교로 바뀌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약 50년 전인 수르야바르만 2세때인 1113년에서 1150년까지 지어진 것이 앙코르 와트입니다.
캄보디아의 상징, 위대한 신전, 앙코르 와트. 앙코르 와트는 힌두의 비슈누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건립되었고, 후엔 소승불교 사원으로 바뀝니다. 한때는 앙코르 왕조의 멸망으로 정글속에 파묻혀 있다가, 1861년 캄보디아가 프랑스 식민지로 있을 때, 프랑스 박물학자 앙리무어가 발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유럽에선 미개안 동남아인들이 이렇게 위대한 건축물을 지었을리 없다며, 고대 로마의 후예가 남겼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절에 마케도니아 병사들의 후예가 남아 만들었다는 둥 쌩 난리 부루스를 추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여기 있는 문화재들을 야금야금 훔쳐서 루브르 박물관에 두기도 했는데,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는 그 동로고 문화부장관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이 때문에 그의 이름에 먹칠을 한 흑역사가 되었긴 하지만...
오늘은 그 위대한 신전,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을 보러가는 일정입니다. 씨엠립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 그리고 그 외 수많은 앙코르의 유적들..... 이름 외우는데만 한참이 걸린다.
어제 비에 갇혔을 때, 기다리고 있을 툭툭이 기사가 맘에 걸렸다. 오늘은 온전하게 맘대로 여행을 하리라 맘을 먹고 자전거를 빌렸다. 내가 가고 싶을 때 가고, 서고 싶을 때 서고.....
자전거로 달리기 무지 좋은 도로다. 덥지만 않으면..... 한 시간 정도 자전거로 달린다. 앙코르 와트의 해자가 보인다.
앙코르 와트는 우주의 중심인 카일라스 산을, 그리고 사원을 둘러싼 해자는 마사나로바 호수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카일라스는 4대 종교가 성스럽게 여기는 산인데, 티벳에서는 강린포체산, 중국어론 강띠쓰산, 힌두교에서는 메루산,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이다. 이 산을 한바퀴 돌면 모든 죄가 씻겨진다고.....(다니구치 지로의 K라는 산에 관한 만화에서 읽었던, 그래서 세르파들도 올라가길 거린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머 이런 거라고 한다. 어떤 이는 해자가 있음으로 앙코르 와트의 지반이 더 단단해져서, 건축물이 더 오래 견딜 수 있다고도 하는데....
그 앙코르 와트 해자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아이..... 그냥 드리우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위대한 신전, 앙코르 와트가 보인다. 맘이 들뜬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있는 동안, 청소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먼가 이야기를 나누는 강이.
해자를 건너기 전, 메인 출입구에서 나도 잠깐 포즈....
그리고 나타나는 입구. 아침 일찍이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발을 들여 놓는 것이 설레인다.
앙코르 와트의 처음 관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나타나는 앙코르 와트의 탑.
어느 책에서 보니, 크메르가 전쟁에 진게, 이 사자 꼬리 때문이라고, 그래서 꼬리를 다 잘랐다고 하는데..... 우씨.... 내가 무슨 죄야????
저 문을 통과하면 앙코르 와트의 다섯개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 네개의 사자상과 아들.
그 유명한 앙코르 와트의 회랑과 부조이다. 부조의 바다다.
그 부조 앞에서 만난 현지 아이. 아마도 여기의 청소부의 아이인 듯 하다. 엄마의 일터에 따라와서 그렇게 앙코르 와트의 일부인 듯 지내는...... 맨발로 돌아다니는 게 인상적이다.
이 거대한 부조의 뜻을 어떻게 다 알까..... 단지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로는, 이 부조들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랑카의 전투라고 하는 건데, 비슈누의 화신인 라마와 나쁜 악당 라바나와의 전투씬이다. 줄거리가 좀 길긴 한데, 요약하자면 악당 라바나가 라마의 아내를 납치하는데, 이를 빼앗아 오는 이야기다. 라바나는 악당이지만, 인물이 출중하다고 한다. 반테이 스레이 사원에 가면 시바신이 살고 있는 카일라스 산을 흔드는 부조가 있다. 악당 주제에 신에게 도전했다능.... 하긴 머 그 정도 되어야 악당이라고 할 수 있겠지....
부처가 있길래.... 또 빌어본다.
강이도 빌고.... 무얼 빌었는지...... Donation에 1달러를 넣고.....
통로 옆으로 본 건물의 디테일.
그리고 드디어 만나는 다섯개의 봉우리.
저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위에 올라가면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이곳을 지은 왕은 이것을 지음으로써 자기가 바라던 것을 얻었을까? 속내가 사뭇 궁금하다.
올라가는 계단이 생각보다 가파르다. 반바지는 못 올라가고, 12살 이하는 또 올라가지 못한다. 강이는 못 올라간다. 혼자라도 올라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생각끝에 같이 안 올라가기로 한다. 대신 탑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그렇게라도 앙코르와트의 하이라이트를 못 올라가는 맘을 달랜다. 강이는 자꾸만 가자고 조른다.
예전에 이 앙코르 와트에 가려고 맘 먹었을 때, 산 책이 '혼돈의 캄보디아, 불멸의 앙코르 와트'라는 이지상 선생이 지은 책이다. 다른 여행책들과는 다르게, 캄보디아의 역사와 앙코르 와트에 담긴 의미 등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 책이었다. 가기전에 읽는 것보다 다녀와서 읽는 게 어쩌면 도움이 더 많이 되는 책인데..... 막상 이제 가려고 다시 찾아보니 책이 없다. 헐~~~
출구를 빠져나와, 다시 봉우리를 뒤돌아보며....
이제는 그 봉우리들을 뒤로 하고, 잠깐 만난 중국언니와.....
앙코르 와트는 다섯개의 탑이 있는 중앙부와 전체 사원을 에워싸는 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구획하는 가운데가 아주 넓다. 그 넓은 광장을 거닐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외부..... 거닐기에 딱 좋은.....
중국 언니인데, 일본에서 유학중이란다. 처음에는 영어로 이야기하다, 중국인인걸 알고 중국어로 이야기하다, 일본에서 산다길래 일본어로 이야기했다. 아직까지는 일본어가 나에게는 제일 편하다. 언니의 일본말 실력도 훌륭했고...... 앙코르 와트의 제일 광경은 해자에 비치는 아침 일출이라고 해서, 오늘 준비를 했었다. 새벽에 자는 강이를 깨워 자전거로 오기가 엄두가 안나서 그냥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대신했었다. 근데 이 누님들은 일출을 보러 왔었다고 한다. 근데 해 없이 아침이 밝았다고..... 내심 다행.....ㅎㅎㅎ
나오는 길에 들른 유료 화장실. 돈을 받는 이는 스님 복장을 한 아이.
음.... 수동이다. 볼 일을 보고 바가지로 물을 내려야 한다. 의외로 깨끗하다.
의외로 말이 잘 통했던 언니들이다. 다리도 예쁘고...... ㅎㅎ 강이가 훼방만 안했으면 좀 더 진전이 될 수 있었을텐데... 무지 아쉽다. ㅎㅎ
나오면서 바라본 해자. 이 해자도 사람이 만들었을텐데.... 대단할 따름이다.
출입구 쪽 정경. 손님을 기다리는 툭툭이 기사.
담배가게 아이. 들이야 또래나 될까? 순박한 인상이 정겹다. 1달러 짜리 팔찌도 사고, 2달러 달라는 걸 1달러에 깍아서 캄보디아 담배도 한갑 사고.... 담배도 흥정이 된다. 어쩌면 현지인들은 1달러에 두갑을 사는 지도....
그리고는 앙코르 톰의 하이라이트 바이욘 사원으로 향한다. 남문 출입구 앞의 나가상과 일명 우유바다 젓기 (이게 불로장생 겸 천하무적의 약인데 우유바다를 천년 동안 저어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천지창조로 해석되기도 한다고....)를 형상화한 조형물..... 강이는 이걸 보더니 엥? 줄다리기 아녀?? 나에게는 안보였는데 강이에겐 보였다.
바이욘 사원의 남문.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너비이다.
동측에 있는 코끼리. 강이의 저 눈초리... 어떡할거냐???!!! ㅋㅋㅋ
동측 출입구쪽에서 본 바이욘 사원. 멀리서 보면 그냥 돌무더기 같다.
일단 절부텀 하고.......
크메르 상상력의 걸작, 앙코르의 위대한 미소, 앙코르 톰의 중앙 사원인 바이욘 사원. 역시나 힌두에서 말하는 메루산,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크메르 제국이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인 자야바르만 7세에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불교사원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바이욘 사원은 물론, 사면상이 가장 유명하지만, 곳곳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있다. 좌측에 보이는 것이 압사라. 어느 블로그에 보니까 우리의 비천상과 자매지간이라고 하더마......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공부를 좀 더 많이 해왔으면 더 많이 보이련만, 내눈에는 그저 조각이 아름다운 돌무덤 정도였다. 이지상 선생의 책이 더욱 그립다.
사면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어느 관광객. 인도? 좀 묘하게 생긴 아자씨다.
그 앙코르의 미소이다. 저 냥반은 아바로키테스바라 신이라고 하는데 이게 옛날 인도말인 범어이고, 그냥 우리말로 하면 관세음보살이랜다. 어떤 이는 이 신전을 만든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고도 하고. 모두 쉰 네개의 탑에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바이욘 사원을 미소의 공간이라고도 한다고.... 어쨌거나 저 미소..... 오묘하다. 웬지 석굴암을 생각나게 하는......
요게 54개의 탑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내가 그런게 아니고, 한 무더기의 우리나라 사람을 데리고 온 가이드가 그렇다고.....) 그 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저 얼굴이 어떻게 보이느냐고 묻는다. 어느 아주머니가 온화하다고 답한다. 그렇다면 아주머니의 마음은 온화한 것입니다.... 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내 눈에는 졸라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ㅆㅂ....
그 비웃는 냥반 앞에서 사진도 한장 찍고...... 그런데 지금 보니 좀 온화한 것 같기도....ㅎㅎㅎ
마침 오는 비를 맞으며 막내랑 셀카.
비도 피할 겸, 앙코르 톰 뒷편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울 강이 정말 아무거나 잘먹는다. 최고의 관광지라 가격도 비쌌다. 저런 돈까스 비스럼한게 오천원. 맛을 별루....
그래도 주위에 외국인들도 꽤 많았다. 우리를 꽤 먼 곳에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맨발에 비를 맞고 열심히 손님을 모으고 있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뒷편의 주방. 그냥 이렇게 만든다.
바이욘 사원의 넓은 광장?을 둘러보다.
앙코르 톰 안의 이름 모를 어느 사원도 올라가고....
강이가 그토록 원하던 코끼리. 원래 앙코르 톰 남문에서 앙코르 톰까지 코끼리 타는데 15달러다. 우리는 이미 앙코르 톰을 다 보고 남문까지 왔기에, 다시 앙코르 톰까지 가는 게 좀 우스운 일이라,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코끼리를 안탈 수도 없고..... 그래서 잠깐 맛뵈기만 타기로 했다.... 강이는 모르게.....ㅎㅎㅎ
강이, 다 타고 나더니 역시나 너무 짧다고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그래서 사실대로 2달러어치 탔다고 이야기해주니.... 아쉽지만 수긍하는 표정이다. 강이.... 컸다.
줄다리기 하는 신들과 앙코르 톰의 해자.
앙코르 톰에서 시내로 돌아오는 길......
앙코르 톰 만큼이나 아름다운 길이었다. 이 길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8월의 한창 더운 날.... 약 10시간 가까이 자전거로, 걷기로....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돌아와서 잠깐 수영도 하고, 달콤한 케익과 바나나 쥬스로 피로를 푼다.
압사라 댄스와 부페를 볼 수 있다고 호텔에 붙여 놓았길래, 1인당 10불을 주고 신청했다. 별로 기대는 안한다. ㅎㅎㅎ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오데서 왔을까? 싶을 정도로 넓은 식당.
그리고 공연. 강아!! 오데가노??
압사라는 천상의 무희라는 말이라고 한다. 유적지에 가면 이 압사라 부조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말로 하면 비천상 정도 되려나??? 이 무희들이 추는 압사라 춤은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손끝 하나하나 움직임이 매우 섬세하고 배우기도 어렵다고 한다. 언니들의 의상이 예뻐보였으나.....
가까이서 보니...... 으흠흠..... 역시나 공연은 기대도 별로 안했고, 그런 기대에 부응했다. 무엇보다 공연에 집중할 수 없는 식당의 분위기와 일부 몰지각한 관객들의 태도.... 머 그런 분위기였다.
돌아와 지친 몸을 좀 달래려 호텔에 있는 마사지 샵에 들렀습니다. 어느 블로그에 우리 호텔의 마사지 샵이 꽤 괜찮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시간당 11불. 음... 쌉니다. 마사지 언니들이 강이도 정말 받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물론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가장 어린 손님이 아닌가 싶어 물어보니 역시나 그렇다고 합니다. 빨가 벗어야 된다고 강이를 한번 놀리고..... 강이는 막 부끄러워 하고....ㅋㅋㅋ 마사지가 시작되고 10여분이 채 지나지 않아 강아~~ 하고 불러보니 조용합니다. 그럼 그렇지....... 언니한테는 더 이상 안해도 된다고 말하고, 그래도 돈은 다 지불할테니 안심하라는 말도 했습니다. 마사지는 가격 대비 훌륭했습니다.
벌써 내일이면 마지막날입니다. 아.... 놀면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내일은 가장 가고 싶은 톤레삽 호수입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 외 시간은 어떻게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톤레삽 호수도 자전거로는 좀 힘들 것 같아, 자전거 대여점에서 오토바이를 대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맛사지 동안 잠든 강이를 호텔에 뉘고, 나는 또 폭풍 공부를 합니다. 전화기로 구글 지도를 사용할 수 없는 관계로 지도를 외우고.. 의외로 간단하지만.....ㅋㅋㅋ 오전에는 씨엠립에서 좀 멀어서, 그래서 사람들의 손 때가 덜탄 벙미알리아에 가고 싶었지만, 가고 오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릴 것 같아 반테스레이 사원으로 정했습니다. 그래도 시내에서 약 35키로가 넘는 거리입니다.
버스표 가게이나 내가 볼 땐 무엇이든 다 되는 가게인듯..... 자전거도 대여하고, 여행상품도 알려주고..... 그런데, 이게 웬 말이냐.... 오토바이는 안 빌려 준댄다. 어제 자전거를 빌려주기로 한 아자씨는 어딜 갔는지 안보이고, 증인으로 있었던 예쁜 언니들도 안보인다.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리고 어제 있었는 넘한테 물어봐라.... 그 넘이 사장이랜다.... 우여곡절끝에 결국~~~
오토바이 대여 성공. 아마도 여기 점원 친구의 오토바이쯤 되어 보인다. 하루 대여비 15불에 기름값까지 18불이 들었다. 툭툭이 하루 전세값이랑 맞먹는다. ㅋㅋ 그래도 툭툭이보다 훨씬 많은 추억거리를 안겨 줄거라는 걸 안다.
앙코르 와트 쯤에 있는 표지판..... 반테스레이 28킬로...
가는 길에 라운드 어바웃도 보이고....
야야야~~~ 나는야 롸이더~~~
울 강이도 롸이더~~~ 우리는 뢰이더 부자. 야이야~~~
반테스레이 가는 경치는 죽여 주었으나 시간이 어찌 될지 몰라서 무조건 달려서 도착했다. 그 경치는 나중에 돌아올때 실컷 구경하리라 아껴두고.....
앙코르 유적의 보석, 가장 아름다운 유적이라 불리는 반테스레이. 여인의 성이라고 하는데....
붉은 사암 Red Sandstone이 처음 오는 이에게 인사한다.
입구를 지나면 사원에까지 이르는 길이 그리 길지 않다. 삼십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규모의 사원이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지, 계절 탓인지,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
인방의 화려한 장식. 사실 반테스레이가 앙코르 유적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건 이 사원에 새겨진 아름다운 부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부조의 담긴 의미를 잘 모른다. 힌두교의 생성 과정 스토리가 담겼다고 하는데..... 모르니 아름다움이 보일 리가 없다. 내눈엔 그저 꼼꼼하게 새긴 부조일 뿐......
액자다. 옛 선인들의 의도적 연출....ㅋㅋㅋ
신전의 지키는 원숭이 병사님은 어딘지 사원과 어울리지 않는다. 먼가 새로 만들었는거 같기도....
실제로 가까이서 볼 수가 없다. 만질 수는 더더욱 없다. 다 막아 놓았다. 나중에 좀 찾아보니 저 여인상들이 그렇게 예쁘다고.... 동양의 모나리자래나.....
저기 있는 부조의 여인상을 확대하면 이렇단다. 다음 까페 으름나무 발자국님의 블로그에서 무단으로 퍼왔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꾸벅! 으름나무 발자국님은 이 여인이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불린다고 한다.
먼가 감이 딱~~ 온다. 바로 압사라 공연에 본 딱 그 여인의 모습이다. 둥글둥글한 얼굴에 두툼한 입술, 순박한 표정, 풍만한 찌찌, 약간 볼륨감 있는 배, 허리는 잘록하고...... 내가 바라는 이상형의 여인의 모습이다. 정말이다.
사원의 끝에 있는 지뢰 피해자들의 연주. 1달러 도네이션했다. 그만한 가치의 음악이었다.
사원의 끝을 돌아가면 이렇게 논을 보는 전망대도 있고......
보트 타는 곳 푯말이 있어서, 강이의 요청대로 따라가 보았더니...... 아줌니 한분이 계신다. 출입구까지 보트를 태워준댄다. 물론 돈은 내고.....
아줌니의 아이들. 쵸코바를 하나씩 선물했다. 큰 넘은 똑똑하게 생겼다.
위 애들의 공책 같았는데..... 싸이 공책이다... 강남스퇄~~~ 이곳 캄보디아의 아주 촌구석까지..... 위대한 싸이!!!! 떠헐!!!!
조런 보트를 태워준다......
노젓는 행님.... 성의 없다..... ㅋㅋㅋ 사실 나도 강이만 없었으면 안탔다..... ㅋㅋㅋ
낚시 체험도 해 준다고..... 그래도 지렁이까지 끼워서 준다..... 근데 고기는 전혀 안보인다. 나도 강이도 좀 실망이다.
반테스레이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돌아오는 길은 좀 천천히 구경하면서 그 길의 경치를 만끽했다. 길가에 이런 가게가 많았는데, 사탕수수를 끓여서 과자를 만드는 최첨단 설비? 이다.
요렇게 해서 파는데 젤 작은게 1달러다. 맛은? 너무 달았다. 사발면을 먹으려고 끓인 물을 좀 부탁했는데, 아줌마는 사람 좋은 웃음만 지었다. 그 웃음이 너무 순박했다.
또 다른 가게 풍경..... 손님은 거의 없었는데.... 잘 먹고는 사시는지.... 아이들도 느긋하다.
하늘은 더 없이 맑고....
길의 풍경 또한 한적하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1년에 4모작이 가능하다는 논이다. 정부에서는 2모작만 해라고 권장한다능..... 어찌 보면 축복받은 땅이다.
East Baray 호수. 아이들의 놀이터이다.
경치 좋은 곳에 잠깐 쉬려고 앉았는데, 그새 몰려오는 아이들. 소쿠리에 엽서며 팔찌며 담아 완딸라를 외친다. 강이가 사고 싶었는지 한 아이의 엽서를 사주고.... 나머지 아이들은 또 계속해서 완딸라를 외친다. 그 아이들의 눈을 정확하게 마주치지 못한다. 귀찮기 보다는 슬프다.
길가의 구운 바나나로 점심 끼니를 해결한다. 손가락 바나나를 구웠는데, 구우면서 하얀 물 같은 것을 계속 발랐다. 아마도 설탕물 같은 것이지 싶다. 같이 파는 떡도 꽤 먹을 만 했다.
꽤 실컷 배부를 만큼 먹었다. 아줌니는 이제 들어가야 된다면서 구운 바나나 한 꼬치를 더 주신다. 강이랑 나랑 끼니가 될 만큼 먹고는 얼마냐고 물어보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신다. 그래서 돈을 꺼내 보여주니 오천 리엘 지폐를 가져가신다. 1200원 정도 되는 돈이다. 이 더운 여름에 불 앞에서 바나나를 굽는 아줌마. 하지만 얼굴에는 고단한 기색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순수하고 수줍어 하는 미소가 있을 뿐. 저 수제 리어카와 아줌마의 미소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천막 수퍼의 콜라 파는 할매??
라이더의 휴식.....ㅋㅋㅋ
허기도 채웠고, 이제 기대하는 톤레삽 호수로 출발.....
하늘이..... 죽인다......
가다 보니 캄보디아의 다일 공동체 학교가 있다. 좀 찾아보니 청량리 밥퍼로 알려진 다일 복지재단에서 세운 캄보디아 분원이라고 한다. 최일도 목사님이 설립했다. 좋은 일을 무지 많이 하신다. 국위선양이 따로 있나, 이런게 진짜다.
에헷??? 모스크도 있네.... 히잡을 둘러 쓴 아이들도 보인다. 캄보디아의 이슬람이라.... 어째 좀 묘하다.
총니스 Chong Khneas 학교. 호수위에 지어진 학교다.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다. 같이 좀 차도 되냐고 물어보니 좋단다. 오토바이를 잠깐 세우고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간다.
형아들 공차는 걸 보는 아이들.
올라간 김에 같이 공도 한게임 차고....
이넘들, 맨발인데도 불구하고 진지하기는 거의 A 매치 수준이다. 10분 정도에 나는 기브업이다.
밝은 아이들. 이방인에게 스스럼없다. 아이들은 간단한 한국말도 건넨다. 체력만 되면 좀 더 놀고 싶었으나......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준 친구들이다. 고맙다.
톤레삽의 명물, 이동식 수상 가옥. Flouting House다. 저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 어떨까 잠깐 상상해본다. 상상이 잘 안된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총니스의 끝자락. 여기는 어시장이다. 비릿한 냄새가 진동한다.
배 타는 곳. Tonle Sap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배 타는 곳의 풍경.
우리 선장님이랑 그 꼬붕.
승객은 강이와 나 딸랑 둘이.
바다같은 호수로 나간다. 길이 160Km에 너비 36Km. 동남아시아 최대 호수. 우리나라 경상남북도의 크기만 하댄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 메콩강이 역류해서 만든 호수이다. 메콩강의 수위 조절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톤레삽 호수가 물이 넘치면 당연히 메콩강은 홍수가 난다고. 5월에서 10월까지가 우기인데, 지금 (8월)은 물이 가장 많이 차 있는 시기중의 하나라고 한다.
호수위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는 톤레삽이 수영장이자 목욕탕이고, 먹는 물이기도 하며 화장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터이다.
톤레삽 호수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약 6만명 정도라고 하는데, 대부분은 베트남 난민이라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학교도 베트남 학교다.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한글.
그리곤..... 바다다. 하늘과 태양과 바다같은 호수. 시간이 멈춘듯 한 풍경이다. 문득 요르단 사해에서 둥둥떠서 이스라엘 저편을 바라보던 순간이 생각난다. 캄보디아 여행의 최고의 순간.
내 인생의 한 순간.
호수에 멈춰서, 선장과 조수와 강이.
노 하나만 있음 어디든 간다. 수상촌의 자가용.
선장이 세워준 휴게소 겸 기념품 가게. 악어는 여기 사는 아이들의 놀리개다.
수상 기념품 가게. 그럴듯해 보이나, 실제로 살 만한 것은 없다.
기념품 가게 전망대에서 바라본 톤레삽의 일몰.
그 톤레삽의 일몰을 배경으로 나도 사진 한장 찍고....
여유로운 풍경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고 여유로와 보이나, 실제 삶은 어떨지..... 여행자인 내가 그런 것을 알기는 불가능하나, 보이는 것처럼 그런 삶이면 좋겠는데....
그냥 눈으로 보고 기억에 저장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장면이라 사진 속에다 담아 보려고 하지만....
사진으로,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을 담아 내기에는.... 한계다.
저녁은, 씨엠립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무지 잘 알려진 대박식당. 삽겹살 무한 리필에 단돈 5달러.... 종일 오토바이 타느라 지친 몸을 달래기에는 안성맞춤. 그나저나 씨엠립에 와서 한국 식당에 가기는 첨이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강이는 오늘 먹으려고 죙일 가지고 다니던 사발면을 먹는다고 고집을 피워서.... 결국 여기서 먹고.... 나는 이 집에서 최고 비싼 등심을 먹었다. 그 맛이야 어찌 설명을 할 수 있으리오......
이 식당은 한국인에게만 잘 알려진 게 아니었다. 외국손님 -물론 현지인 포함- 이 훨씬 더 많은 듯..... 사장님고 한 컷~~
비행기 시간이 좀 남은 관계로 나이트 마켓에 들른다.
강이는 엄마 준다고 한사코 그림을 사겠단다.
앙코르 와트 그림을 하나 사고.... 그림 가게 언니와.....
여기서 산 여러 옷들은 지금 아내와 딸은 잘 입고 다닌다.
첵 아웃 하면서 호텔에 맡겨 놓은 짐을 찾으러 다시 호텔에 갔다. 추천 할 만한 호텔이다. 사진을 찍는다고 웃으라고 해도 쑥스러운지 연출이 잘 되지 않는다.
씨엠립 공항 내부. 입국할 땐 몰랐는데, 공항의 시설은 깜짝 놀랄만큼 아담하고 깔끔하고 훌륭했다. 옛날에 히로시마 공항이 생각났다.
큼지막한 흡연실이 무엇보다 맘에 들었다.
작지만 세련된 면세점.
집으로 갈 비행기와 강이.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크메르 유적은 좋았습니다. 유적보다 더 좋았던 것은 톤레삽 호수가 만들어 내는 경관이었습니다. 그것보다 더 인상에 남는 것은, 사탕수수 고은 것을 파는 아줌마, 구운 바나나를 파는 아줌마, 먹거리를 파는 아줌마와 시장의 옷가게, 그림가게 언니, 총니스 학교에서 맨발로 같이 공을 찬 학생들의 따뜻하고 순박한 미소입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라서 그들의 미소를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네들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아프디 아픈 슬픈 역사를 가진 그들의 미소가, 슬프면서도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아이와 단둘이서 처음 한 여행이었습니다. 특히나 막내는 같이 보낸 시간이 형이나 누나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았기에, 더욱 특별한 여행이었습니다. 기대와 설레임과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강이는 정말 잘 먹고, 잘 다니고, 붙임성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욱 잘하게 하고, 기를 불어 넣어주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 되는지 조금씩 알아 가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고 세계지도를 자주 보게 됩니다. 내가 간 곳과 내가 가려 하는 곳을 찾아봅니다. 담번에는 산이 혹은 들이, 혹은 아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서야 여행이 주는 매력을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