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친구 갑수
차에서 라디오를 틀었는데, 여행작가 최갑수의 이름이 나왔다. 책 읽어 주는 아빠라는 프로그램이란다. 오호, 이런 우연이. <사랑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이라는 책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아내는 갑수에게 바로 톡을 보낸다. 오빠 책이 지금 라디오에 나온다고. 자기가 쫌 유명하댄다. ㅋㅋ. 이달 28일에 장유 도서관에서 강연이 있다고 보내온다. 간다고 하니 쪽팔린다고 오지 말랜다. 강연 마치고 밤에 전어회나 한 접시 하자고 한다. 아내는 책 제목을 보더니 아직도 사랑타령을 한다며 웃는다.
갑수랑은 고3 같은 반이었다. 갑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자연반인데 인문반쪽으로 진학한다고 선생님한테 얻어맞기도 했다. 키도 작은 주제에 가장 뒷자리에 앉아 장정일의 책을 읽었더랬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 갑수는 그런 면에서 우리와는 좀 달랐다. 그렇게 갑수는 국문과에 갔고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밀물 여인숙> 이라는 시집으로 등단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갑수와는 잘 만나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은 나보다는 아내와 훨씬 친하다. 아내와는 같은 최씨 집안의 친척이며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 칠팔년 전에 아내가 서울에 올라왔을 때 일주일 정도 지낸 곳도 갑수의 집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갑수 책의 열렬한 팬이다. 혹시 책을 선물할 곳이 있으면 항상 갑수의 책을 골랐다. 친구의 책이라 구절구절이 더 와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연락하고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많다. 직접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뭘 하며 지내는지는 대충 안다. 공부를 아주 잘 해서 서울대에 간 친구, 판사 변호사 의사가 된 친구, 개인 사업을 하거나 아주 큰 식당을 해서 돈을 많이 번 친구 등, 여러가지 다양한 일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성공한 친구를 꼽자면 서슴없이 갑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도 대단키는 하지만,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생계를 이어가는는 그의 직업이 부럽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그 분야의 대가가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이 귀감이 될 만하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고 못함이 실제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갑수를 보며 새삼 느낀다.
책을 검색해보니 나온 지가 꽤 되었네. 그 동안 왜 모르고 있었을까. <하백의 신부>라는 드라마에 책이 나와서 더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궁금해지네.
28일에 근무랑 겹치지 말아야 할텐데.... 그래야 오랜만에 갑수 얼굴을 볼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