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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그리고 이별

 

 

 

# 16. 그리고 이별

 

 

 

"나 회산데, 야 본사로 올라와라."

 

 

딱 2년 전, 이 맘 때였습니다. 지방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 잘하고 있던 나를 본사가 꼬드겼습니다. 각박한 회색 도시인 서울이 싫어서, 표정없는 서울 사람들이 싫어서 안 올라구 그랬는데, 결국 와 버렸습니다.

 

 

서울에 가면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좋은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로 일터를 옮긴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숭례문 학당에 살짝 발을 담가보았습니다. 언제든지 뺄 수 있는 채비를 하고 말이죠.

 

 

학당에는 비전절기를 구사하는 고수들의 경연장이었습니다. 절대 고수들의 사자후에 낙엽마냥 몸을 떨기도 했습니다. 사이비 교주의 부흥회 같은 분위기에 어리둥절 하기도 했구요. 그 분위기에 조금씩 적응을 하면서 학당에서 배우는 과정을 조금씩 넓혀갔고 나의 짧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책읽기와 글쓰기가 많이 나아졌냐구요? 그보다는 관심이 같은 동지를 많이 만나게 된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함께 한다' 라는 명제를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리더 과정에서 만난 친구 국씨가 "말만 하면 칭찬하는 어마무시한 모임이 있다"며 꼬드겨서 들어온 모임이 바로 이 소소한 이야기 모임이었습니다. 나도 수다를 떨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글쓰기 모임이지만 오히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힐링 모임이었습니다.

 

 

나를 불렀던 본사가 이제 나를 다시 지방으로 보냅니다. 그 동안 정들었던 모임과도 잠시 이별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못 만날지도 모릅니다. 밥벌이로 하고 있는 노가다 덕택에 늘 짧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지만, 이번에 덜 아쉽습니다. 헤어진다는 느낌도 그리 강하지 않군요. 사람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요?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아주 묘해서,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 지 모릅니다. 그래서 참 재미있습니다. 이 살벌한 도시에서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 이 모임의 기억들이 꽤 오래 남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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