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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씩씩한 아내

 

 

 

# 65. 씩씩한 아내

  

 

 

전화기 너머의 엄니 목소리가 좋지 않습니다. 완전 병자의 그것입니다. 주말에 김장을 한다고 추운데서 고생을 하시더니, 결국 감기와 몸살이 걸린 모양입니다. 이노무 김장 내년부터 하나 봐라! 고 하신지 10년째 되었는데, 역시나 올해도 마지막이라고 선언을 하셨더랬는데.....

 

 

 

멀리 있으니 당장 가 볼 수도 없고, 마음만 아픕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엄니가 편찮으신데 한 번 가보는게 어떠냐고 말합니다.

 

 

 

아내 : 어이구! 내 그럴 줄 알았다. 무리해싸터마....

나 : 그래도 함 가봐야 안 되겠나?

 

 

아내 : 모레가 할매 제산데.....

나 : 누구 할매 제산데?

 

 

아내 : 너거 할매 제사다. 할매 제사가 언젠지도 모르는기 장손 맞나?

나 : ........

 

 

 

야단 들어도 쌉니다. 며칠 상간에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응당 장례식에 가야 하나, 밥벌이로 멀리 있어 아내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내는 당연하다는 듯 다른 내 친구들과 함께 상가집에 갔습니다. 산이의 간디학교 학부모 면접도 나를 대신해서 산청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울 할매 제사 날짜도 모르고 아내에게 시어머니의 병문안을 가봐라고 했으니.....

 

 

 

나는 가족을 떠나 먼 타지에서 일을 하는 내가 항상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내색은 안했지만,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니 그 만큼 대접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 맘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이 셋 건사에 시부모 챙기랴 집안 대소사에 심지어 남편 친구 상까지.....

 

 

 

아내는 툴툴거리면서도 그런 일들을 쉽게 쳐내니, 지금 이렇게 떨어져도 맘 편히 일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사실을 가끔 까먹습니다. 이번 일로 아내에게 빚을 졌습니다. 씩씩한 아내는 다음에 만날 때 아마도 백화점 상품권 석 장 정도는 요구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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