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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몇 가지 선택들

 

 

 

# 10. 몇 가지 선택들

 

 

 

1. 부모형제

 

어떤 부모와 형제 속에서 자라는가가 태어나서 소년을 거쳐 청년이 될 때까지 그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아니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의 행동과 가치관은 유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그가 그대로 물려받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부모형제는 자신이 전혀 결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 함정. 너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억울하냐고? 설마, 그럴리야!

 


 

 

2. 전공

 

그 시절엔 이 결정이 이토록 중요한 지 결코 알지 못했다. 친구를 따라 이과로 갔고, 부모님의 권유로 공대로 정했고, 드라마의 영향으로 건축을 택했다. 왠지 멋있어 보였다. 그 뿐이었다. 건축과에 들어가서도 내 인생이 노가다 삽질이 될 줄은 몰랐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의 내가 그 시절의 나에게 해 줄 조언도 그리 마땅치 않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라 정도다. 그 선택은 그 정도로 힘들다.

 


 

 

3. 방랑

 

군대를 마치고 빡세게 돈을 모아 일본으로 날랐다. 모은 돈이래야 비행기삯, 학원비, 한두달의 생활비가 고작이었다. 일본에서 알바로 1년을 버텼다. 힘들지만 재미있고 보람되었다. 내친 김에 호주로 다시 날아갔다. 돌아와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키부츠나 워킹할리데이로 눌러 앉겠다고. 발칵 뒤집어졌다. 협박과 설득과 반항이 오갔다. 결국 엄니의 좋지 않은 건강문제와 졸업만 해라 라는 간곡함에 속아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만약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찌 살고 있을까? 온갖 상상이 춤을 춘다.

 


 

 

4. 설계와 시공

 

건축을 공부하고 나면, 대개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해 도면으로 표현하는 설계와 그 도면을 실제로 구체화시키는 시공으로 진로가 나뉜다. 둘다 좋았다. 그러나 시공을 해서는 정기용 선생이나 다다오가 될 수 없다는 걸 그 시절엔 몰랐다. 별 생각없이 건설회사로 갔다. 집을 짓는다는 건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건설회사에서의 할 수 있는 건축에 한계를 느꼈다. 돌아가신 정기용 선생에게 편지를 썼다. "선생님.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건축이 아닌 것 같아요. 어떡하지요?"

 


 

 

5. 배우자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100페이지 정도로 쓸 수 있는 스토리가 있지만, 사이트의 보안문제도 있고 해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6. 아이들

 

신혼 살림을 일본에 차렸는데, 이국땅에서의 신혼을 즐기자는 모토는 두달만에 덜컥 생겨버린 아기로 물거품이 되었다. 둘째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태어났다. 유일하게 세째만이 서로의 합의와 결정으로 생긴 아이다. 그 후 네째를 만들자와 미쳤냐의 공방이 오갔다. 아이를 만드는 건 혼자만의 결정으로 되는게 아니다. 결국 네째는 실패했다.

 


 

 

7. 갈림길

 

하프타임이라는 게 있다. 축구의 전반과 후반 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이다. 인생에도 그런게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인생 전반을 뒤돌아보고 후반을 어떻게 살지 설계하는 시간말이다. 지금 그것이 필요하다. 선택의 갈림길이다. 여태 내가 익힌 것과 쌓은 것을 내려 놓고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모험을 하고 싶다. 비워야 한다. 그러고 싶다. 그래야 다시 채울 수 있으니. 그러나 그것은 이제 나 혼자의 의지와 결정으로 되는 게 아니다. 고민이 깊어진다. 선택은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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