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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책, 책, 책

 

 

 

 

# 8. 책, 책, 책

 

 

 

 

내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게 뭔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책 한 권 달랑 들어있다. 지금 가방에 있는 건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이다. 이탈리아 유대인의 아우슈비츠 생존기다. 가방에 들어간지 5일째. 슬슬 바꿔줘야 할 타이밍이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한동안 가방을 독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가방에 읽을 책을 넣어다니는 습관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꽤 오래 전부터 책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책은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도락道樂이었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다.

 

 

 

 

책이 단지 나에게 즐거움만 주었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힘든 시기에 책을 더 많이 읽었다. 현실이 어려워지면 더 책읽기에 파고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시간의 무거움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평소에 쉽게 손에 들기 힘든 책들은 모두 힘든 시기에 읽었다. 책은 어쩌면 하나의 도피처였다.

 

 

 

 

책은 나에게,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해주었고, 옳고 그름에 대한 신념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었으며, 가치 있는 일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해주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보기도 했으며, 시대의 스승의 만나기도 하고, 타인과 쉽게 터놓고 대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책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에 비해 결코 덜하지 않다.

 

 

 

 

그렇긴 하지만, 나는 책의 힘을 너무 믿지도 않는다. 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도 않으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모두 지혜롭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놀라울 정도의 판단력과 사물에 대한 이해력과 인간관계의 지혜가 넘치는 이가 내 주변에 아주 흔하다. 울 마눌이 대표선수

 

 

 

 

지금의 취미는 확실히 책읽기라고 말할 수 있다. 젊은 시절보다 책읽기의 재미가 더하다. 나이가 들수록 책에 대한 이해력이 넒고 깊어진다. 책에 담겨 있는 새로운 세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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