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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긴 하루

 

 

 

 

# 6. 긴 하루

 

 

 

 

오늘도 제대로 깨졌다.

 

 

 

 

"실장님. 그 일에 대해서는 실무자인 제가 가장 잘 압니다. 제 판단을 존중해 주셔야 되는 것 아닌가요?" 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올라 왔으나 내뱉지 못했다. 결국 벙어리마냥 어버버거리며 온갖 질책을 그대로 받았다.

 

 

 


"여보. 이제 버틸만큼 버틴 거 같애. 더 이상은 힘들어. 이제 그만 할래. 부탁이야. 그렇게 하게 해줘" 급기야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불안한 기색을 완전히 숨기질 못했으나 그래도 흔쾌히 "그러마" 라고 대답했다.

 

 

 


 

"너 요즘 힘든 거 다 알아. 노가다밥 묵자. 굳이 맞지 않는 상사밑에서 힘들게 할 필요 없잖아. 곧 개설될 땡땡현장 공사책임자 자리에 사람이 필요해. 이제 필드 뛰자." 공사팀의 인력담당 강부장이 말한다. 타이밍 하나는 귀신이군. 어찌 이리 잘 알고...

 

 

 


지금 하는 일이 좋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사와는 너무 맞지 않다. 내년이면 바뀔거라는 설이 강력하지만 작년에도 그랬다. 더한 상사가 올지도 모르고. 

 

 


 

이 참에 좀 일찍 은퇴해서 내가 하고픈 일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하는게 내 인생을 위해서 나을 거다. 생계가 걸리긴 하지만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 뭔가 방법이 생기겠지. 아님 강부장 말대로 필드를 다시 뛰어? 새로운 환경에 가면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 않겠어?

 

 

 

 

머무르기와 떠나기. 혹은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하기. 선택지가 주어졌다. 결정은 순전히 나의 몫이다. 긴 하루다. 당분간 긴 하루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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