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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남이 차려주는 밥

 

 

 

 

# 4. 남이 차려주는 밥

 

 

 

 

"월화수목금 내내 바깥 밥 먹었는데, 집밥 좀 묵자!"

 

"나는 내내 집밥만 묵고 살았다. 외식 좀 하자!"

 

 

 

 

주말에 싸우는 흔한 래퍼토리 중에 하납니다. 늘 회사밥 혹은 식당밥을 먹던 저는 주말만이라도 집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김치 한 가지에 국 한 그릇이라도 갓 지은 밥에 가족들과 도란도란 집에서 먹고 싶어했고, 반면에 아내는 늘 먹던 것던 것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것들을 밖에서 먹기 원했습니다. 한 동안 그걸로 꽤나 티격태격 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주말에 제일 한가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침에도 제가 제일 먼저 일어납니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딱히 할일도 없으니 밥을 차립니다. 대충 있는 김치로 찌게를 끓일 때도 있고, 전날 장 봐둔 생선을 구울 때도 있습니다. 정 없으면 간단한 계란밥이라도 만듭니다. 저녁에 식구들이 다 모일라 치면 국수를 삶거나 고기를 굽거나 뭔가 근사한 요리를 하는 것도 저의 몫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습니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도 꼭 아내가 차렸습니다. 거안제미擧案齊眉까지는 아니더라도 밥상을 차리고 남편을 불렀습니다. 아.... 새록새록 옛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냐구요?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밥 차리는 재미도 나름 쏠쏠합니다.

 

 

 

 

요즘은 집밥과 외식으로 안 싸웁니다. 집밥이 먹고 싶으면 그냥 내가 해 먹으면 됩니다. 내가 차린 밥상에 아이들과 아내는 군소리없이 잘 먹습니다. 아내가 그토록 원했던 외식은 '바깥에서 먹는 밥'이 아니라 '남이 차려주는 밥'이란 걸 이제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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