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아빠 : 강아, 안되겠다. 뽀로로 젓가락 다시 해야겠다.
형 : 형은 임마, 사학년때 젓가락질 다 땠다.
누나 : 니 그렇게 젓가락질 못하면 중학교 가서도 뽀로로 젓가락 사용해야 된다. 어이~~
엄마 : (아빠, 형, 누나를 흘깃 째려본다.)
막내 : 오학년이 우째 뽀로로 젓가락 사용하노? 그라고 젓가락으로 밥 잘 묵는데 와 시빈데!!
밥 잘 먹다가 사단이 났습니다. 막내의 젓가락질이 여전히 시원찮아서 몇 번이나 지적을 하고 사용법에 대해 상세히 가르쳐도 봤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없자, 드디어 밥상에서 한 마디 했습니다. 덩달아 형과 누나도 자신들의 젓가락질을 뽐내기라도 하듯 한 소리 거듭니다.
첫째와 둘째에게는 별다른 지적이나 교육이 없었습니다. 근데도 자라면서 젓가락질을 곧잘 했습니다. 근데 막내는 유별납니다. 자기한테 꼭 맞는 젓가락도 사주고 관심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자기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젓가락질을 합니다. 형이나 누나에 비해 자유로운 기질때문일까요? 아니면 형과 누나와는 달라야 한다는 강박때문일까요?
"젓가락질 이래 해도 밥 잘 묵는다와."
"젓가락질 잘하면 밥 더 잘 묵을 수 있다."
팽팽한 기싸움에 막내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오학년이나 되는 자기에게 뽀로로 젓가락을 다시 사용해라는 아빠의 말이 못내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합니다. 자기만의 젓가락질로도 밥 잘 먹을 수 있다는 항변을, 젓가락질 잘 하면 밥 더 잘먹을 수 있다고 묵살해버렸습니다. 이 시점에서 따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그렇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막내를 그렇게 닥달하는 우리에게 눈치를 주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젓가락 사이로 집어넣어라고 다정하게 가르쳐주고, 그렇게 고쳐서 다시 시도하는 아이에게 참 잘했다고 어르고 칭찬합니다. 그제서야 막내의 기분이 좀 풀렸습니다.
지금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을 거라는 걸 아내와 나는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가르치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형이랑 누나와는 전혀 다르게, 야단은 오히려 아이를 삐뚤어지게 하고 칭찬과 격려가 훨씬 잘 먹히는 막내의 기질을 잘 알면서도, 그게 잘 안되는 아빠와 막내의 단짝인 엄마와의 차이입니다.
지금은 뽀로로 젓가락으로 맹훈련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