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 새로운 현장의 풍경
뚝딱뚝딱
현장에 나가면 들리는 망치 소리, 타워크레인 돌아가는 소리, 콘크리트 냄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뇌리에 분명히 박혀 있는 익숙한 풍경인데 이 낯섬은 왜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풍경 아래에서 일을 해왔지만 점점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이 거북하다. 내가 종일 헤메어야 할 장소인데 난 자신이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맞지 않은 옷인데 맞다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벗어야 하지만, 벗는게 마음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벗고 난 뒤가 두려워서 계속 입고 있지만, 점점 더 불편해지는 그런 상황.
그럭저럭 버티다보면 또 시간은 가고 집은 지어지겠지. 하지만 그 시간들은 남의 시간이라 아깝다. 버티면서도 마음을 다해서 즐기는 방법을 찾는 연습을 계속 해왔다.
아주 오래전에는 망치 소리가 그치고 고요해진 현장을 보면 맘이 참 좋았다. 해질 무렵 덩그러이 서 있는 건물을 보면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졌다. 지금에 와서 그런 감정을 회복하기는 힘들겠지만,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겠나. 내 마음과 현장의 풍경을 애정어린 눈으로 찬찬히 바라보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지난 현장은 오개월만 버티자고 마음 먹었더랬다. 이번 현장은 딱 1년만 견뎌보자고 내게 말했다. 완공 될 때까지 일을 할 자신이 없어 한 호흡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