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웃는 집구석
"산아, 엄마가 고려대 농구 티셔츠 가지고 왔다. 함 봐봐."
얼큰하게 취해 12시가 다 되어 들어온 아내가 큰 아이의 방을 벌컥 열고 들어갔습니다. 얼마 전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시 대표를 거쳐 도 대회에서 우승을 했더랬습니다. 전국대회 출전권을 따낸 거죠. 저도 응원을 갔었는데, 연장전을 두번이나 한 끝에 이루어낸 쾌거였습니다. 물론 큰 아이는 농구를 좋아하고 대표 선수로 나갔습니다.
"엄마 아는 언니 아들이 고려대 농구 선수인데, 산이 줄라고 사 왔대."
"이거 코리아라고 적혀 있는데, 고려대 아인거 아이가?"
"어? 연고전 할 때 샀다고 하던데, 아인가?"
"아니거마능. 어데서 뻥치노?"
아이방에서 옥신각신 하고 있습니다. 안방에서 들으니 대화가 아주 가관입니다. 급기야 아내가 안방으로 와서 물어봅니다.
"여보, 이거 고려대 농구복 아이가?"
"코리아라고 적혀 있잖아. 국가 대표 농구복이네."
"산아, 아빠가 그러는데 국가 대표 농구복이래. 와~ 그라모 더 좋은 거 아이가?"
"에이~~ 설마...."
더 이상 방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아이구, 고려대학교가 코리아 아이가. KOREA가 고려. 그거도 모리나?"
"그래, 맞제. 연고전 할 때 사왔다 캤는데....."
"아는 그렇다치고, 그 정도는 알아야 되는 거 아이가? 니 사년제 나온 거 맞나?"
"그기 그긴 줄 우째 아노? 그라고 그럴 수도 있지. 그거 가지고 사년제꺼정 들미야 되나? 크크"
중3인 아들래미나 그 엄마나 이 무식을 어이할꼬. 그나저나 한바탕 잘 웃었습니다. 무식해도 웃는 집안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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