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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이것이 인간인가> 중에서 단상

 

 

 

# 12. <이것이 인간인가> 중에서 단상

 

 

 

 

그렇게 밤새도록 자다 깨고 악몽이 교차하는 가운데, 기상 시간을 가늠하거나 그것을 두려워하느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기상'. 따뜻한 담요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경계, 잠이라는 튼튼하지 못한 갑옷, 고통스럽기도 한 밤으로의 탈출, 이 모든 것이 산산조각난다. 우리는 다시 무자비하게 잠에서 깨어나 벌거벗고 연약한 상태에서 잔인하게 모욕에 노출된다. 이성적으로는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긴, 다른 날과 똑같은 하루가 계속된다. 너무나 춥고 너무나 배고프고 너무나 힘이 들어 그 끝은 우리와 더 멀어진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p.94)

 

 




시련은, 약한 사람은 바스러뜨리고 강한 사람은 더욱 단단해지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강한 사람이었기에 아우슈비츠라는 시련에서 살아남아 더욱 단단해진 걸까요? 아마도 시련으로 바스러지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고 이를 견뎌내어 단단해진 사람은 강한 사람이라는 명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저자도 그렇구요.

 


 


지하철에서 저 구절을 읽었습니다. 요즘의 저의 일상을 표현한 것 같아 감짝 놀랐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가 잠입니다. 깨면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긴 현실이 시작됩니다. 그렇기에 몽환적 경계에 있는 아침은 더욱 힘듭니다. 이 또한 지나가기는 하겠지만 그게 언제인지 알 수 없어 허우적대는 요즘입니다.

 


 


이 시련을 견디고 나면 단단해질까요? 저는 원래 강한 사람이 못 되어, 아마도 상처뿐인 껍데기만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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