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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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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7일차 # 90. 휴가 7일차 강이가 아침으로 콘프레이크를 먹겠다고 해서 아빠꺼도 차려 달라고 했더니 한 바가지를 담아 놓았다. 가득 담긴 콘프레이크와 우유. 강이와 함께 아침을 먹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내와 함께 개락당으로 출근. 아내는 수업이 있다고 금방 가버리고 개락당에 혼자 남는다. 오늘을 집중해서 글을 좀 써야지. 주제는 조선공산당 인물 탐구.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 먹는 시간 빼고 꼬박 앉아서 글을 썼는데 겨우 세 명에 대해서 정리했다. 아이고. 이건 엉덩이와의 싸움이다. 평일의 개락당은 너무 조용하다. 하늘은 맑고, 볕은 따스하고, 벚꽃은 활짝 피었다. 봄이 흐드러진다. 개락당 마당 평상에 앉아 강아지 멍군이와 함께 봄에 취한다. 오랜만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파와 산보도 할 겸 강이..
휴가 6일차 # 89. 휴가 6일차 아침 8시 반에 자전거로 집을 나가 치과 진료를 받고 집에 오니 11시가 넘는다. 알차게 보내야지 하고 하루를 시작했으나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 치료하는데 소비하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 그리고 들어가는 돈 등으로 급 피곤해졌다. 호박죽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침대와 한몸이 된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금쪽같은 시간인데..... 문인화 수업을 마친 아내와 오후에 달빛책방에 들렀다. 낙동강변 장어촌 마을, 주거지도 아니고 도무지 책방이 있을 만한 동네는 아니다. 이런 곳에 생뚱맞게 책방이 있다.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니 까페와 서점과 학습이 섞인 공간이다. 3층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 했다고, 서점을 연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한다. 하드웨어는 훌륭했다. 1층은 서점과 카운터, 세미..
휴가 5일차 # 88. 휴가 5일차 평소에 치과에도 좀 다니고 해야 되는데, 한꺼번에 치료하려고 하니 돈도 들고 힘도 든다. 아침에 이 진료를 하고 도서관에 간다. 책을 읽는데 가장 집중력이 오르는 곳은 역시 도서관과 사무실이다. 며칠을 끌었던 을 마무리했다. 뜨거운 시대에 뜨거운 삶을 살았던 알려지지 않은 별들. 요즘 자꾸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온다. 엄니한테 들른다. 아부지도 계신다. 평일 낮에 아들이 오니 웬일이여 하신다. 밥 먹을래? 라고 물어보시길래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으나 밥 주세요 했다. 뚝딱 차려 주신다. 맛나게 먹고 잘 먹었습니다 하니 부모가 자식 밥 차려주는 건 당연하다고 하신다. 매부가 허리 수술을 했다고 알려주셔서 오랜만에 공주랑 통화도 하고, 투자하고 계시는 주식 이야기도 한다. 그러다 정치 ..
휴가 4일차 # 87. 휴가 4일차 오늘 아침은 볶음밥이닷! 역시 오늘도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 아침을 차린다. 파기름을 내고 계란 스크램블을 만들고 밥과 소세지를 올려 함께 볶는다. 후추와 소금으로 깔끔하게 간을 하면 끝. 아이들과 아내를 깨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아침 식사...... 는 개뿔, 강이는 안 땡기는지 안 먹는다구 그러구 아내는 개락당 가서 아침을 먹는단다. 들이랑 나랑 맛나게 먹는다. 4인분인데 들이가 3인분을 먹는다. 역시 울 들이. 개락당에서 또 여유로운 시간이다. 느긋하게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해야 되는데 자꾸만 잠이 온다. 그 동안 바빠서 못다 잔 잠이 다 몰려오는 것 같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집중도 잘 안되고. 직장을 그만두고 이런 시간이 계속 되면 감당할 수 있을까. 아내에게 1년만 더..
휴가 3일차 # 86. 휴가 3일차 "아빠, 낼 아침은 밥 해주세요. 밥 먹고 학교 가게요." "응, 그래. 꼭 밥 해줄께." 어제 저녁에 들이가 한 말이다. 딸이 아침을 해달라는데, 자신있게 해준다고 하니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야, 아빠는 매일 6시 40분에 일어나서 출근한다규~~ 아빠 못 믿어?! 이렇게 큰 소리를 쳐놔서 급기야 알람까지 맞추고 잤다. 아침에 식구들이 다 잘 때 일어나서 아침밥을 안친다. 간단하면서도 추억이 서려 있는 간장계란밥이 메뉴다. 내가 들이만 할 때 울 엄니가 자주 해주시던 그 밥이다. 계란을 꺼내보니 헉, 달랑 하나 남았다. 계란 박스가 냉장고에 들어있어 미처 확인을 안했더마..... 얼근 근처 마트로 뛰어가서 계란을 사온다. 날계란을 밑에 깔고 그 위에 갓 지은 뜨거운 밥을 얹히..
휴가 2일차 # 85. 휴가 2일차 다들 어제 늦게까지 술 마신 것 치고는 일찍 일어났다.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깨우고 함께 아침을 먹으러 개락당으로 간다. 아침은 진수성찬이다. 물메기탕과 갓김치가 맛났다. 오랜만에 제대로 먹는 집밥이다. 느긋하게 봉화마을이라도 다녀올까 싶었는데, 아이들이 바쁘다. 산이는 친구 만나러 간다고, 들이는 수련회 장기자랑 연습으로 나가야 된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밥으로 마음의 허기를 채우니 노곤함이 밀려온다.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나는 집에서 다시 잠이 든다. 아내와 강이가 돌아오고, 강이에게 자전거 타러 나가자고 하니 신나한다. 집에서 늘 휴대폰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는 심심해서 그런거다. 같이 할 수 있는 놀이가 있으면 아이는 휴대폰 게임보다 훨씬 즐거워한다. 나도 마찬가지 아닌..
휴가 1일차 # 84. 휴가 1일차 느즈막히 일어났다. 아내는 일찍 개락당에 출근하고 없다. 갈치와 옥돔을 굽고 아이들을 깨운다. 내가 휴가라고 산이가 왔다. 집에 오라면 와주는 산이가 고맙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강이는 "우와~ 꿀맛이다."라며 잘 먹는다. 갈치를 가운데 뼈만 남기고 어떻게 그렇게 잘 발라 먹는지..... 다 먹고 가위바위보로 설겆이를 정한다. 산이가 당첨. 오예~~ 이긴 이는 기뻐서, 진 이는 아쉬움에 크게 웃는다. 강이가 먼저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나가고, 이어 들이도 학원 춤 연습이 있다며 나간다. 산이랑 나랑 동네 마실을 나간다. 옆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신이 필요하다 해서 구경갔다. 편하고 예쁜 신들이 많은데, 그 나이 또래들이 신는 디자인을 고른다. 고등학교 애가 무슨 찍찍..
직업에 대한 단상 # 83. 직업에 대한 단상 주위를 돌아보면 재주가 많은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하는 요리는 뭐든지 다 맛있는 사람,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 그림을 실감나게 잘 그리는 사람, 앱을 개발하는 사람,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사람 등등. 그래서 그들의 직업은 요리사, 작가, 만화가, 개발자, 학원 선생입니다. 자신이 잘 하는 일로 밥 벌어 먹고 삽니다. 그 일로 밥 벌어 먹고 사니 남보다 더 잘하게 된 것이기도 하지요. 내가 남보다 잘하는 일은 물론 집을 짓는 일입니다. 대학 공부도 그걸 했고, 졸업 후에도 한 눈 파는 법 없이 계속 그 일만 해오고 있습니다. 근데, 이 일이 몇 년전부터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조직 생활에 맞지 않는 인간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이제 할만큼 했다는 생각도 들구요. 건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