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106) 썸네일형 리스트형 백수 아빠, 나 졸업은 가능해여? 백수 아빠, 나 졸업은 가능해여? 아빠, 여행 언제 가여? 6월 10일 출발인데. 그럼 언제 와여? 8월 24일에 와. 돈 많이 들겠네여. 오빠야 여행 경비랑 모두 합쳐서 천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 그 돈은 어디서 났어요? 퇴직금 받은 걸루다..... 너무 막 쓰는 거 아니에여? 흐흐흐, 아빠도 탕진잼 한번 해보자. 아~ 진짜, 아빠! 나 학교 3년 다녀야 돼여. 이제 두 달 다녔어여. 흐흐흐 나, 졸업은 할 수 있는 거에여? 못할 수도 있어. 하하하 흐흐흐 학교에서 제주도 도보여행을 다녀와서 오랫만에 집에 온 딸과의 대화입니다. 딸도 웃고 나도 웃습니다. 유럽 여행 계획 유럽 여행 계획 퇴사를 하고 나면 세계 일주 여행을 다녀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토록 갈망했던 여행이지 않습니까? 블로그를 보면 퇴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거의 다 해외여행을 가더군요. 그렇게 다녀와서 다시 백수가 되고, 인생이 망가지는 스토리의 블로그가 꽤 있었습니다ㅋㅋㅋ. 많이 보던 루틴입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남들 다가는 해외 여행을 나도 가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행에 대한 의지가 많이 줄었습니다. 중동에서 일을 마치고 요르단 여행에서 돌아올 때만 해도 일생일대의 과제였더랬는데, 이제 막상 여건이 되니 좀 시큰둥해졌습니다. 불과 오년 전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인생 이막의 시작에 앞서 뭔가 마디를 만들고 싶습니다. 여행보다 더 나은 건 아직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직 내가 ..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백수가 된지 5일째입니다(공식적인 퇴사일은 5월 31일입니다. 남은 연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 두 배는 빠른 것 같습니다. 출근할 시간에 일어나서 국민체조로 잠을 깨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아침밥을 지어 아내를 깨웁니다. 함께 아침을 먹고, 아내는 출근하고 나는 나의 시간을 갖습니다. 백수가 되니 참 좋습니다. 평일에 막내와 캐치볼을 했습니다. 개락당 그네에 멍하니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봤습니다. 쓰레빠를 질질 끄실고 오전에 집 앞 슈퍼에 쌀을 사러 나갔습니다. NBA 카와이 레너드의 포스트 시즌 경기를 봤습니다. 김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건축 강의를 들었고 동네 책방 '숲으로 된 성벽'에서 진행하는 정지우 작가의 인문학 강의도 들었습니다. 혼자 챙겨먹는 점.. 집에서 지킬 것 집에서 지킬 것 아빠, 오늘 평일인데, 이 시간에..... 이제 백수 된 거에요? 그래. 인자부터 아빠 백수다. 헐. 백수 축하 파티 안해주나? 파티는 무슨.... 돈 벌 궁리나 하세요! 백수 된지 얼마 되지도 안했는데? 알았어요. 아빠, 이제 백수 되었으니 나하고 약속합시다. 그래, 무신 약속? 이제 집에 있으니 엄마랑 싸우지 좀 마요. 하~~ 엄마랑 안 싸웠는데..... 안싸우긴 뭘 안싸워요? 맨날천날 싸워놓고. 엄마 아빠 싸우면요, 예, 내가 무슨 말도 못하고요, 예? 이제 진짜 싸우지 마요. 그래, 알았다. 엄마랑 잘 지내께. 그리고, 삐지지 말기요. 내가 언제 삐짓다고 그라노? 삐지잖아요! 알았다. 안 삐지고 강이랑 사이좋게 지내께. 그거 두 가지만 지키면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어요. 알았다. .. 마지막 출근이네요 마지막 출근이네요 오늘이 마지막 출근입니다. 퇴사를 할까말까 고민하고 결정하고, 회사에 알리고, 본사에 면담하러 다녀오고, 서류적인 퇴사 절차를 밟고, 부모님께 알리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송별 회식을 하고.... 지난 시간이 정말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퇴사가 이렇게 힘이 들 줄 미처 몰랐습니다ㅠㅠ. 그렇게 힘든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출근날이 되어서야 이제 맘이 편해지네요. 짐을 챙겨보니 박스 하나에 다 들어갑니다. 외국 영화에서 보면 상사에게 대들다 "You Fired"라는 소리를 듣고 주섬주섬 자기 짐을 박스에 담아 회사를 나오는 그런 식상한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낼부터는 출근 안해도 됩니다. 신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긴장이 됩니다. 근데 출근할 때보다 더 바빠질 것 같.. 오늘 사표를 썼습니다 오늘 사표를 썼습니다 오늘 사표를 썼습니다. 가끔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막힙니다. 짧으면 몇 초, 길면 일이 분 지속됩니다. 가슴을 펴고 크게 호흡을 하고 나면 조금 낫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배가 아픕니다. 뒤척이며 일어나 세수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할 때도 계속 아픕니다. 집을 나서서 회사에 다다를 때쯤 배 아픈 것이 사라집니다. 핸드폰 벨이 울리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꽃을 봐도 맑은 하늘을 봐도 예쁜 줄을 모릅니다. 좀 되었습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침울해지기 시작합니다. 직장으로 가는 밤버스에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화장실에서 몇십 분을 앉아있습니다. 쉬는 날에도 왠지 불안합니다. 사표를 써야 될 이유는 오.. 새로운 현장의 풍경 # 92. 새로운 현장의 풍경 뚝딱뚝딱 현장에 나가면 들리는 망치 소리, 타워크레인 돌아가는 소리, 콘크리트 냄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뇌리에 분명히 박혀 있는 익숙한 풍경인데 이 낯섬은 왜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풍경 아래에서 일을 해왔지만 점점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이 거북하다. 내가 종일 헤메어야 할 장소인데 난 자신이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맞지 않은 옷인데 맞다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벗어야 하지만, 벗는게 마음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벗고 난 뒤가 두려워서 계속 입고 있지만, 점점 더 불편해지는 그런 상황. 그럭저럭 버티다보면 또 시간은 가고 집은 지어지겠지. 하지만 그 시간들은 남의 시간이라 아깝다. 버티면서도 마음을 다해서 즐기는 방법을 찾는 .. 산에 형의 눈물 # 91. 산에 형의 눈물 평양 공연. 녹화라도 보고 싶었는데, 유투브에 뜨는 건 정작 공연이 아닌 뉴스 뿐이다. 산에 형의 노래를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집에 와서 우연히 티브이를 틀었는데, 백지영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 평양 공연이구나. 보자마자 바로 몰입했다. 공연장에 온 북한 사람들을 보는 것으로도 눈시울이 빨개졌다. 좀 보고 있자니 강산에가 나온다. 를 부른다. 저 노래가 한때 나의 십팔번이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배사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 건 내 아버지 래파토리~~ 그냥 노래만 듣고 있었는데 뭔가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내린다. 아, 주책이다. 그리고 강산에의 눈물을 보았다. 실향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한에서 공연한다는 거 자체가 그에게는 또다른.. 이전 1 2 3 4 5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