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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개, 가족이 되다

 

 

 

# 29. 개, 가족이 되다

 

 

  

"깨개갱, 깨깽"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자전거를 멈추고 뒤를 보았다. 소리나는 쪽은 벌써 논두렁 저쪽이고 멍군이를 친 차는 유유히 나를 앞질러 갔다. 아이들이 튕겨나간 멍군이를 찾아 안고 왔다. 놀라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다리에는 피가 흘렀다. 움직이질 않았고 짖지도 않았다.

 

 

 

멍군이는 두 살 난 우리집 강아지 이름이다. 지인이 여행 기간 동안 우리집에 맡겨 놓았고, 그 짧은 시간에 우리집 막내와 정이 들대로 들어, 여행에서 돌아온 지인이 대성통곡을 하는 우리 막내에게 분양했다. 그래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생겼다.

 

 

 

분양 전에 막내에게 멍군이의 모든 돌봄은 자신이 하겠노라고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하여 밥 주는 거부터 시작해서 목욕을 시키고 산책을 시키고 똥을 치우는 것 모두 막내가 관리한다. 그것도 잘 한다. 사실 내 상식으로는 개는 밖에서 기르는 동물이었다. 집 안에서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개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래서 첨에는 소 닭 보듯 했다. 그러던 것이 한두 달 시간이 지나고, 집에 오면 가족보다 훨씬 더 반겨주는 멍군이를 보며 나도 시나브로 정이 들었다.

 

 

 

휴일이면 멍군이 산책을 시켰다. 집 앞 논과 논 사이길로 간다. 차도 거의 안 다니는 길이니 나는 자전거를 타고, 멍군이는 신나게 뛰었다. 개는 뛰어야 행복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날도 우리 아이 셋이랑 모두 자전거를 타고 멍군이 산책 도중에 사고가 난 것이다.

 

 

 

큰 애가 품에 안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흐르자 멍군이는 절뚝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들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고, 나도 당황하고 맘이 아팠으나 내색을 하지 않았다. 병원에 다녀왔고, 지금은 거의 완쾌했다.

 

 

 

사고 이후로 멍군이는 우리 집에 사는 강아지에서 우리 가족이 되었다. 아마 아이들은 그 이전부터 멍군이를 우리 가족이라 여겼을 거다. 나는 이제서야 그렇다. 그 때의 멍군이의 불안하고 애절한 눈빛이 가끔 생각난다.

 

 

 

요즘은 멍군이가 나랑은 절대 산책 안간다. 이 영리한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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