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김치찌개
"여보, 연휴도 다 끝나가는데 밖에서 맛나는 거 사묵자."
"안돼! 대신 내가 맛나는 김치찌개 만들께."
"집에 돼지고기 있나?"
"응, 있을 거야."
"산들강은 어때?"
"좋아요."
이렇게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로 결정되었습니다. 밖에서 먹어봐야 그게 그거고, 또 이번 연휴에 외식도 두어번 했고, 갓 지은 밥에 돼지고기가 넉넉한 김치찌개면 왠만한 외식보다 땡깁니다. 밥을 안치고 김치찌개 만들 준비를 합니다.
"산이 엄마, 돼지고기 못 찾겠다, 꾀꼬리. 어디 있어?"
"거기 냉동실에 있잖아, 나와 봐. 내가 찾아줄께"
아내가 찾아준 돼지고기를 보니 벌써 색깔도 거무튀튀하게 된 게, 냉동실에서 적어도 삼백만년은 잠잔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이고, 이 여편네야.
비계살 두툼한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상상하던 저녁 식탁이었는데.....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입니다. 부엌 귀퉁이에 살포시 앉아있던 스팸 선물세트가 눈에 띕니다. 그러면 잡탕 찌게닷! 냉장고를 뒤져 넣을 수 있는 야채를 다 꺼냅니다. 고추, 양파, 파, 버섯. 아쉽게 마늘은 없군요. 두부도 오뎅도 없습니다. 진정한 요리인은 재료를 탓하지 않습니다. ㅋ
웍에 참기를을 넉넉히 두르고 김치를 볶습니다. 어느 정도 볶고나서 물을 붓고 끓입니다. 그 동안 야채를 손질하고 스팸을 크게 잘라 놓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넉넉하게 한 캔 반을 준비합니다. 찌게가 끓기 시작할 때 양파와 스팸을 넣습니다. 양파는 단맛이 풍부해서 야채 중에서 제일 먼저 넣는 것이 좋습니다. 고추가루도 넉넉히 넣고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맞춥니다. 어느 정도 끓으면 준비했던 고추, 파, 버섯을 넣고 한 소끔 더 끓입니다.
국물은 한 숫갈 먹어봅니다. 역시, 뭔가 부족한 맛입니다. 그럼 이제 비장의 무기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찬장 저 위에 올려 두었던 고향의 맛 다시다를 꺼냅니다. 철철철 뿌립니다. 휘휘 젓고 다시 국물을 맛보니 음~~~ 바로 이 맛이지요.
김치찌개에서 졸지에 스팸찌개로 바뀌었지만, 아이들은 좋아라 합니다. 막내는 찌개 국물에 밥을 말아 두 그릇이나 뚝딱 비웁니다. 아내도 나도 오랜만에 먹는 김치찌개라 숫가락이 바빠집니다.
아~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또 이렇게 한 끼 해결했습니다. 식구 모두가 만족하는 저녁이었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