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백일 글쓰기 오프 모임 후기
오늘은 백일 글쓰기 오프 모임입니다. 참석한다고 하신 분들의 글을 대충이라도 추려서 읽어야 되겠다고, 이 정도는 하고 모임에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 왜 이리 바쁜거냐? 그래도 짬짬이 글을 읽고, 카톡에 나온 사진도 한 번 보고, 나름 준비를 하고 숭례문학당으로 향했습니다.
예순 개가 넘는 글을 보아 왔습니다. 어느 정도는 그 이미지가 머리속에 상상이 됩니다. 글 속에는 글쓴이의 성격도 담겨져 있고, 인생관도 담겨져 있습니다. 진심 어린 댓글로 어느 정도 친밀한 관계 형성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관계, 참 묘합니다. ㅎㅎㅎ 그런 동지를 처음 만나는 시간이니, 설레이기도 하고 약간의 긴장감도 돌았습니다.
항상 주제에 딱 들어맞는 글을 쓰시는 갑도 선생님은 사진과 똑 같았습니다. 가장 연장자?답지 않게 말씀도 아주 재미있게 하십니다. 성배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따뜻했습니다. 맘씨 좋은 시골 아저씨를 연상했더랬는데, 실제는 맘씨 좋은 도시 아저씨가 떡하니 앉아 계셨습니다. 카프카의 그 주인공 진희 선생님은 아주 지적인 분이라 상상했는데, 보기에는 털털해보였습니다. 하지만 하시는 말씀말씀이 보통의 내공이 아니었습니다. 공부의 수련이 일반인들과는 급이 달랐습니다. 역시 지적이었습니다.
대훈 선생님은 사진으로 보기에 좀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보다 후덕?했고, 하시는 말씀이 부드러웠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부러웠고 진심으로 응원도 했습니다. 언제나 글이 통통 튀는 하나 선생님이 요즘 올리시는 남한산성의 필사는 김훈의 문장을 다시 맛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나 말씀도 통통통 튀었습니다.
용희 선생님는 상상하는 이미지가 가장 잘 들어맞았습니다. 뭔가 똑 부러지고, 세련되고, 문학적입니다. 용희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도토리의 '톡톡'과 '토토토톡', '쏴~' 는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오프 모임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그리고 영아 선생님은 여태 알던 것보다 훨씬 선생님다왔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선생님의 본 모습을 보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웹상의 인간 관계는 그리 믿을 수 없는 것이라 치부했고, 또한 믿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업무를 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백일 글쓰기 모임은 이제 처음 얼굴을 뵌 겁니다. 아직은 깊은 속내를 말 하기엔 어려운 관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글을 통해 생각과 의견과 그 사람의 가치관을 어느 정도는 구체화 할 수 있습니다. 글로서 이미 상당한 관계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글쓰기가 계속 지속이 되고, 모임도 꾸준하게 이루어진다면, 어쩌면 인생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만남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관계의 미래가 아주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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