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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순례길을 걷는다는 마음으로

 

 

 

# 49. 순례길을 걷는다는 마음으로

 

  

 

PCT (Pacific Crest Trail)

 

 

 

미국 3대 트레일 중 하나로, 맨 아래 멕시코 국경에서 출발하여 캐나다에 이르는 미국 서부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4300Km의 도보길이다. 완주까지 약 5개월이 소요되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숙영 장비 및 취사도구를 짊어지고 걸어야 하는 도보 여행이다. 사막, 화산, 산맥, 원시림, 고산지대 등 인간이 만날 수 있는 극한의 자연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악마의 순례길이다.

 

 

 

"2018년 4월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딛다." 수첩에 적힌 글귀다. 올 초에 적었던 글이다. 가능할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그 때 가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5개월 남았다. 내가 하고 있는 건축에 대한 경외가 무너진 지금의 하루하루는 쉽지가 않다. 매일 좌절하는 일상이다.

 

 

 

그렇다고 150일을 이렇게 살 순 없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 생각났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으나, 현실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순례길을 지금 걷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게 오묘하게도 맞아 떨어진다. 매일이 자신과의 싸움이고, 스스로에 대한 조절과 판단이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힘들지만 놀랄만한 경관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났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견딘 것에 감사하고, 새로운 내일을 잘 보내기 위해 지금의 나를 챙긴다. PCT 순례길의 일상과 똑 같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맘이 왠지 가벼워졌다. 가족을 위해 힘든 하루를 버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한다고 생각한다. 좀 편안해졌다.

 

 

 

150일을 완주하면 나는 달라져 있을까? PCT 완주자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까? 결과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조금씩 달라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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