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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강이 선생님께

 

 

 

# 46. 강이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햇볕이 쨍쨍하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단풍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짧디 짧은 가을은 어느듯 아침 저녁으로 부는 제법 쌀쌀한 바람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 좋은 가을날을 놓치기 애를 써 보지만, 자연의 일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라, 안타까운 마음만 있을 뿐입니다.

 

 

 

시간이 참 빨리 흐릅니다. 선생님. 저는 강이 아버지입니다. 강이가 5학년이 되고 벌써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이렇게 불쑥 글로 올리는 것을 깊은 아량으로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부모인 까닭에 열두 살, 아직 철들지 않은 천방지축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가르치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잘 압니다. 항상 선생님의 수고스러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강이의 형과 누나인 산이와 들이도 이북초등학교에서 가르침을 잘 받아 중학교 생활을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 훌륭하신 이북초들학교 선생님들의 덕분인 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몸에서 난 아이지만, 부모라고 어찌 아이들이 속속들이 알겠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자라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직은 그래도 아이의 성향을 가장 잘 아는 이가 부모님일 겁니다.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글을 올립니다.

 

 

 

강이는 형과 누나를 키울 때보다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입니다. 아이를 교육함에 있어 때론 칭찬을, 때론 질책을 겸해서 하지만, 강이는 유독 칭찬에 잘 반응하는 아입니다. 형과 누나와 가장 큰 다른 점입니다. 저도 아이의 이런 특성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습니다. 야단보다는 격려가, 질책보다는 칭찬이 아이를 바른 길로 안내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면서 유용합니다.

 

 

 

강이가 응당 그 나이에 몸을 써서 배워야 할 기본적인 것들이 잘 안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계도하는 방법에 있어,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깨달은 바입니다.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며 형평성에 어긋나게 하는 것이 힘드시겠지만, 부디 선생님께서 이런 아이의 성향에 대해 배려를 해 주신다면, 아이가 좀 더 빨리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뛰어갈 것입니다.

 

 

 

저의 이 글이 선생님의 마음을 편치 않게 했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고,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글을 올리는 못난 아비의 마음을 헤아려 주셨으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이 좋은 가을 날을 즐기고 만끽하시는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이 애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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