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 내 고향 작가와 인문학의 만남
'내 고향 작가와 인문학의 만남'
제목조차 멋지다. 금의환향까지는 아니라도, 고향이 배출한 유명작가가 고향에 내려와서 강연을 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라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인 것 같다. 정작 갑수는 무덤덤했다. 쪽팔린다고 강연에 오지 마라는 것을 막 우겨서 강의를 들었다.
강연 도중에 그는 자칭 우리나라 3대 여행 작가라 했다. 그런데 나머지 두명은 누군지 모른댄다.ㅋㅋ 얼마전 갈라파고스에 갔을 때, 진도 7.8의 강진을 경험했는데, 가장 공포스러운 시간을 겪으면서 딸을 한 번 더 못 보듬어주고 온 것, 아내의 손을 한 번 더 못 잡아주고 온 것이 가장 많이 생각나더라는 이야기, 대학생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는 미안하다고, 너희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게 우리 기성세대라고, 다 잘 될거라고 그렇게 위로하면서 울음바다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지금은 열심히 해서 되는 시절은 이미 지났노라고, 멈춰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그리고 빈자리가 어디인지를 찾아야 되는 그런 시대라는 이야기 등을 했다.
비교가 좀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얼마 전 회사에서 들었던 김창옥 교수의 강연보다 더 나았다. 조곤조곤 하는 말이 맘에 와닿았다. 20명 남짓의 조그만 도서관 강연이라 집중도도 좋았다. 갑수도 몇백 명의 기업강의보다도 이런 소규모 도서관 공연이 훨씬 더 낫다고 한다. 물론 벌이는 다른 이야기지만.
강연을 마치고 아내와 처제,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술도 한 잔 했다. 학창 시절의 이야기와 뒷고기가 천원할 시절의 그 옛날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고1 조카녀석이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셰프가 꿈인 산이 친구도 와서 맞춤 조언을 들었다.
갑수랑은 고3 때 같은 반이었고, 나는 반장, 갑수는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는 책 열심히 읽는 좀 삐딱한 친구였다. 그래 맞다. 내가 자랑할 거라곤 갑수랑 같은 반에 내가 반장을 했다는 사실 뿐이다.ㅠㅠ 세월이 많이 지나, 지금에서 친구들을 보면, 고등학교 동기 600명 중에 가장 성공한 친구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그렇게 유명하게 된 그 바탕엔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읽고 쓰고 찍고 했던 공부가 있었노라고 갑수는 강연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쫌 멋있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서 그가 부러운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다른 이보다 조금 일찍 발견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그 분야의 Master가 된 것, 그것이 부럽다. 더우기 그 분야가 내가 이제서야 첫 발걸음을 겨우 뗀, 이제부터 가고자하는 길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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