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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지킬 것 집에서 지킬 것 아빠, 오늘 평일인데, 이 시간에..... 이제 백수 된 거에요? 그래. 인자부터 아빠 백수다. 헐. 백수 축하 파티 안해주나? 파티는 무슨.... 돈 벌 궁리나 하세요! 백수 된지 얼마 되지도 안했는데? 알았어요. 아빠, 이제 백수 되었으니 나하고 약속합시다. 그래, 무신 약속? 이제 집에 있으니 엄마랑 싸우지 좀 마요. 하~~ 엄마랑 안 싸웠는데..... 안싸우긴 뭘 안싸워요? 맨날천날 싸워놓고. 엄마 아빠 싸우면요, 예, 내가 무슨 말도 못하고요, 예? 이제 진짜 싸우지 마요. 그래, 알았다. 엄마랑 잘 지내께. 그리고, 삐지지 말기요. 내가 언제 삐짓다고 그라노? 삐지잖아요! 알았다. 안 삐지고 강이랑 사이좋게 지내께. 그거 두 가지만 지키면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어요. 알았다. ..
마지막 출근이네요 마지막 출근이네요 오늘이 마지막 출근입니다. 퇴사를 할까말까 고민하고 결정하고, 회사에 알리고, 본사에 면담하러 다녀오고, 서류적인 퇴사 절차를 밟고, 부모님께 알리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송별 회식을 하고.... 지난 시간이 정말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퇴사가 이렇게 힘이 들 줄 미처 몰랐습니다ㅠㅠ. 그렇게 힘든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출근날이 되어서야 이제 맘이 편해지네요. 짐을 챙겨보니 박스 하나에 다 들어갑니다. 외국 영화에서 보면 상사에게 대들다 "You Fired"라는 소리를 듣고 주섬주섬 자기 짐을 박스에 담아 회사를 나오는 그런 식상한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낼부터는 출근 안해도 됩니다. 신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긴장이 됩니다. 근데 출근할 때보다 더 바빠질 것 같..
오늘 사표를 썼습니다 오늘 사표를 썼습니다 오늘 사표를 썼습니다. 가끔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막힙니다. 짧으면 몇 초, 길면 일이 분 지속됩니다. 가슴을 펴고 크게 호흡을 하고 나면 조금 낫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배가 아픕니다. 뒤척이며 일어나 세수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할 때도 계속 아픕니다. 집을 나서서 회사에 다다를 때쯤 배 아픈 것이 사라집니다. 핸드폰 벨이 울리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꽃을 봐도 맑은 하늘을 봐도 예쁜 줄을 모릅니다. 좀 되었습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침울해지기 시작합니다. 직장으로 가는 밤버스에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화장실에서 몇십 분을 앉아있습니다. 쉬는 날에도 왠지 불안합니다. 사표를 써야 될 이유는 오..
간디고등학교 학부모 소개서 - 김들 간디고등학교 학부모 소개서 - 김들 1. 지원자의 부모님께서는 어떤 사람인지 대략적인 삶의 이력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기술하여 주십시오. 저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만드는 과정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졸업 후 IMF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운 좋게 건설회사에 취직하여 여태 밥벌이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일본어에 관심을 갖게 되어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이후에는 직업과 병행하며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중국어를 공부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함께 공부하는 여러 동료들의 격려 덕분으로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즐거움도 깨쳤습니다. 이런 계기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중..
새로운 현장의 풍경 # 92. 새로운 현장의 풍경 뚝딱뚝딱 현장에 나가면 들리는 망치 소리, 타워크레인 돌아가는 소리, 콘크리트 냄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뇌리에 분명히 박혀 있는 익숙한 풍경인데 이 낯섬은 왜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풍경 아래에서 일을 해왔지만 점점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이 거북하다. 내가 종일 헤메어야 할 장소인데 난 자신이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맞지 않은 옷인데 맞다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벗어야 하지만, 벗는게 마음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벗고 난 뒤가 두려워서 계속 입고 있지만, 점점 더 불편해지는 그런 상황. 그럭저럭 버티다보면 또 시간은 가고 집은 지어지겠지. 하지만 그 시간들은 남의 시간이라 아깝다. 버티면서도 마음을 다해서 즐기는 방법을 찾는 ..
산에 형의 눈물 # 91. 산에 형의 눈물 평양 공연. 녹화라도 보고 싶었는데, 유투브에 뜨는 건 정작 공연이 아닌 뉴스 뿐이다. 산에 형의 노래를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집에 와서 우연히 티브이를 틀었는데, 백지영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 평양 공연이구나. 보자마자 바로 몰입했다. 공연장에 온 북한 사람들을 보는 것으로도 눈시울이 빨개졌다. 좀 보고 있자니 강산에가 나온다. 를 부른다. 저 노래가 한때 나의 십팔번이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배사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 건 내 아버지 래파토리~~ 그냥 노래만 듣고 있었는데 뭔가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내린다. 아, 주책이다. 그리고 강산에의 눈물을 보았다. 실향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한에서 공연한다는 거 자체가 그에게는 또다른..
휴가 7일차 # 90. 휴가 7일차 강이가 아침으로 콘프레이크를 먹겠다고 해서 아빠꺼도 차려 달라고 했더니 한 바가지를 담아 놓았다. 가득 담긴 콘프레이크와 우유. 강이와 함께 아침을 먹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내와 함께 개락당으로 출근. 아내는 수업이 있다고 금방 가버리고 개락당에 혼자 남는다. 오늘을 집중해서 글을 좀 써야지. 주제는 조선공산당 인물 탐구.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 먹는 시간 빼고 꼬박 앉아서 글을 썼는데 겨우 세 명에 대해서 정리했다. 아이고. 이건 엉덩이와의 싸움이다. 평일의 개락당은 너무 조용하다. 하늘은 맑고, 볕은 따스하고, 벚꽃은 활짝 피었다. 봄이 흐드러진다. 개락당 마당 평상에 앉아 강아지 멍군이와 함께 봄에 취한다. 오랜만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파와 산보도 할 겸 강이..
휴가 6일차 # 89. 휴가 6일차 아침 8시 반에 자전거로 집을 나가 치과 진료를 받고 집에 오니 11시가 넘는다. 알차게 보내야지 하고 하루를 시작했으나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 치료하는데 소비하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 그리고 들어가는 돈 등으로 급 피곤해졌다. 호박죽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침대와 한몸이 된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금쪽같은 시간인데..... 문인화 수업을 마친 아내와 오후에 달빛책방에 들렀다. 낙동강변 장어촌 마을, 주거지도 아니고 도무지 책방이 있을 만한 동네는 아니다. 이런 곳에 생뚱맞게 책방이 있다.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니 까페와 서점과 학습이 섞인 공간이다. 3층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 했다고, 서점을 연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한다. 하드웨어는 훌륭했다. 1층은 서점과 카운터, 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