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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마지막 출근이네요

 

 

 

마지막 출근이네요

 

 

 

오늘이 마지막 출근입니다. 퇴사를 할까말까 고민하고 결정하고, 회사에 알리고, 본사에 면담하러 다녀오고, 서류적인 퇴사 절차를 밟고, 부모님께 알리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송별 회식을 하고.... 지난 시간이 정말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퇴사가 이렇게 힘이 들 줄 미처 몰랐습니다ㅠㅠ. 그렇게 힘든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출근날이 되어서야 이제 맘이 편해지네요. 짐을 챙겨보니 박스 하나에 다 들어갑니다. 외국 영화에서 보면 상사에게 대들다 "You Fired"라는 소리를 듣고 주섬주섬 자기 짐을 박스에 담아 회사를 나오는 그런 식상한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낼부터는 출근 안해도 됩니다. 신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긴장이 됩니다. 근데 출근할 때보다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20일 후면 유럽으로 출발인데 비행기 표 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여행 준비에 집안 대청소도 해야 되고 제대로 된 운동도 하고....ㅎㅎ

 

 

 

1.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시간에 일어날 것.

2. 출근하는 것처럼 집을 나갈 것.

3. 여행가기 전 집안 정리를 할 것.

4. 매일 운동할 것. (아내와 함께 하면 더 좋고)

5. 아내의 말은 무조건 들을 것.

 

 

 

여행가기 전에 행동 수칙에 대해 적었습니다. 늦게 일어나서 굶고 계속 자고 이러면 절대 안됩니다. 회사 인간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십여 년만에 아내랑 매일 함께 지내니 아내 말은 잘 들어야 합니다. 수칙도 수칙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모든 시간이 나의 시간입니다. 회사에 바치던 남의 시간처럼 보내면 회사를 계속 다니니만 못합니다. 매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합니다. 그리고 그럴 겁니다.

 

 

 

잘 지내라.

이제 언제 볼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십쇼.

 

 

그래,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바닥을 떠나면 쉽진 않겠지요.

 

 

1년 쯤 후에 다시 복귀하는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 나와야 될텐데.

형님, 그런 말씀 마십쇼. 노가다쪽으로 돌아도 보지 마세요.

 

 

 

'그래,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나리오로 그쳐야지. 노가다는 이제 뒤도 안돌아볼거다.' 다시 한번 다짐을 합니다.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섭니다. 함께 했던 직원들과 포옹과 악수를 합니다. 울컥 하고 올라옵니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는데, 미련이 남았을까요. 밖으로 나와 현장을 올려봅니다. 하늘은 오늘따라 유난히 파랗군요. 이제 거의 다 지어진 아파트 꼭대기에 구름이 걸려 있습니다. 

 

 

 

안녕, 나의 노가다,

안녕, 나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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