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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백수가 된지 5일째입니다(공식적인 퇴사일은 5월 31일입니다. 남은 연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 두 배는 빠른 것 같습니다. 출근할 시간에 일어나서 국민체조로 잠을 깨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아침밥을 지어 아내를 깨웁니다. 함께 아침을 먹고, 아내는 출근하고 나는 나의 시간을 갖습니다.

 

 

 

백수가 되니 참 좋습니다.  

 

 

 

평일에 막내와 캐치볼을 했습니다. 개락당 그네에 멍하니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봤습니다. 쓰레빠를 질질 끄실고 오전에 집 앞 슈퍼에 쌀을 사러 나갔습니다. NBA 카와이 레너드의 포스트 시즌 경기를 봤습니다. 김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건축 강의를 들었고 동네 책방 '숲으로 된 성벽'에서 진행하는 정지우 작가의 인문학 강의도 들었습니다. 혼자 챙겨먹는 점심도 나름 맛났습니다. 노무현 서거 10주기 행사에 가서 노통의 손녀 서은양과 부시를 만났습니다. 내가 자란 도시를 오전에 자전거로 드라이브도 했습니다. 아내와 막내와 함께 밤에 박물관 길을 걸었습니다. 오롯한 나와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가장 좋은 건, 밤의 시간입니다. 회사 다닐 때는 내일이 오는 게 두렵습니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면 벌써 기분이 완전히 가라앉습니다. 누가 툭 하고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빌었습니다. 평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과 만나기 싫어서 뒤척이며 잠에 빠지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렸습니다.

 

 

 

지금은 완전 다릅니다.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래나 설레입니다. 이러니 밤의 시간이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이런 기분은 너무 오랜만입니다. 이전의 나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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