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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글쓰기 소고

 

 

 

# 36. 글쓰기 소고

 

 

  

벌써 노트북을 켠지 두 시간 반이 넘었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면서 내내 오늘의 글감에 대해 생각했으나 딱히 쓸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책상앞에 앉아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 어쩐지 서글프다. 그 만큼 평범하다 못해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보냈나 싶어 절로 자책도 든다.

 

 

 

글감을 찾는다는 건 생각을 잡는다는 것이다.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머리속에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생각들이 뱅뱅 돌아간다. 반짝였다 사라지는 한 순간의 생각을 잡아야 한다. 아, 이거다 라고 생각한 부분이 분명이 있으나 막상 쓰려고 하면 손에 든 모래처럼 다 빠져버리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 앞서가는 여인의 하이힐을 보며,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들고 무심결에 스친 창밖의 가을 하늘, 혹은 지루한 월간 회의 도중에 잠깐 든 망상의 나래안에서 내 머리속에는 오늘의 글감으로 충분한 망상과 상상과 생각을 했음에도 그것을 잡아두지 못해, 지금 나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강태공마냥 답답하고 허탈하다.

 

 

 

이것은 훈련이 필요하다. 재능과는 상관 없는 듯 하다. 머리속에 떠나니다 휙 하고 사라지는 생각의 포인트를 잡는 훈련.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여 글감을 발견하는 것 못지 않게 몸에 익혀야 하는 습관이다. 그래야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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