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

여름 밤의 천문대

 

조카인 하은이가 학교를 휴학하고 공방에 일도 배우고 일도 할 겸 와 있습니다. 근데 은근히 일을 잘 합니다. 맡겨 놓으면 어느새 다 해놓습니다. 온 지 제법 몇 개월이 지났고 이제 서울로 올라갈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라가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보자고 하니 의외로 천문대를 꼽았습니다. 엉? 천문대라고? 우리 동네에 있지만 거의 십 년 전에 가보고 그 후로는 내팽겨쳐놓았는데.... 그래, 가자꾸나, 나도 별 봐야지~~

 

가지 않으려는 막내 강이를 꼬셔서 셋이서 여름 밤에 천문대에 올랐습니다. 주차를 하고 천문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한적하고 오붓했습니다. 길가에 행성이며 지구며 별자리며 안내가 있어 재미있게 봤습니다. 초승달도 어찌 그리 예쁜지요.

 

표를 끊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산 위에서 보는 시내의 불빛들이 화려하고 다채로왔습니다. 모기한테 좀 물렸지만 밤 공기는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무지 큰 망원경으로 별을 보았습니다. 잔뜩 기대를 했습니다.....만, 별이 너무 쪼그만했습니다. 아, 실망입니다. "별이 너무 짝아요~~"라고 해설사님께 얘기하니, 망원경으로 별을 크게 봤다는 사람은 다 사기꾼이라고 합니다. 시속 100Km로 4억년을 가야되는 거리에 있으니 별은 결코 크게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 아쉬움을 곱씹고 있으니 해설사님이 달을 보여 줍니다. 망원경으로 달을 보니 와우~~ 달 표면이 너무나 자세히 보였습니다. 토끼는 없었지만, 아름다웠습니다.

 

참, 천문대에는 마스코트가 있습니다. 바로 두꺼비입니다. 크기도 어마어마합니다. 매표소 안까지 점령하기도 하고, 밑에 만들어 놓은 체력단련장에도 두 마리나 있었습니다. 마침 한 마리는 큼지막한 지렁이를 잡숫고 계셨습니다. 걸음도 아주 천천히 걷습니다. 두 걸음 걷고 30초 쉬고, 또 두 걸음 걸으시고 30초 쉬고.

 

내려와서 커다란 버커킹을 먹었습니다. 조카 덕에 재미난 저녁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