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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노통 생가 앞 텃밭은 누가 일구었을까

 

 

 

노통 생가 앞 텃밭은 누가 일구었을까

 

 

 

친구가 멀리서 왔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붕우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라, 이 말이 되뇌여집니다. 공자의 시대도 지금도 친구가 찾아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봉하마을에 들러본다고 합니다. 저번 11주기에도 못 가뵈는데, 좋아라하고 함께 갔습니다. 늦봄 저녁 무렵의 묘역은 고즈늑하고 넉넉했습니다.  

 

 

평일 저녁이라 방문객은 거의 없었다. 가벼운 바람이 볼을 타고 흘러가는,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다. 봉하산 아래 묘역은 평온한 얼굴이었다.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지금 느끼는 거지만 노통 할배 산소는 참 명당이다.

 

 

멀리 부엉이 바위가 보인다. 바위 끄트머리에 선 노통을 잠깐 상상해보았다. 아아~~ 안돼, 그만두자.

 

 

지난 추도식에서 유시민 이사장의 말처럼 노통이 꿈꾸고 이루고자 했던 그런 나라가 조금씩 되어가고 있다. 당신도 흐뭇해 요즘 나라를 보시면 흐뭇해 하시겠지.

 

 

이 박석길의 디자인은 언제봐도 멋지다. 그때 내가 조금만 부지런했더라면 나도 박석 하나 새겼을텐데. 올 때마다 아쉽다. 사람들이 무지 많이 와서 이 새김글이 얼른 닳았으면 좋겠다. 내 박석도 하나 넣게.

 

 

하늘이 왜 저러냐. 코로나 이후 하늘을 자주 보게 되었다. 넘 아름다워서.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네, 지금도 불고 있습니다.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날이라 친구네 부부와 우리 부부는 노통 산소 옆의 저 못위로 한참을 걸었다. 친구는 꽃에 관심이 많아 핸드폰을 이름 모를 꽃에 대어 본다. 그럼 꽃 이름이 나온대나.

 

 

풀 내음, 나무 내음이 가득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다들 그게 좋다며 한참을 걸었다. 요즘은 산책하는 게 즐겁다. 

 

 

엉? 근데 이게 뭐야. 노통 생가 앞에 누가 이렇게 고랑을 만들어 놓았다. 뭘 심을라구 준비 완료다. 농사 짓는 사람이 있다는 얘긴데. 생가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이래 놓았을까? 상추, 고추, 파, 콩 같은 걸 심을래나? 텃밭이 이렇게 생기가 넘치게 되면 생가도 더불어 윤기가 흐르겠지. 텃밭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예전엔 마음이 울적하거나 힘들어지면 노통의 산소를 찾았습니다. 그럼 위로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친구가 오거나 그냥 산책하러도 갑니다. 이제 노통의 산소는 우리 지역의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지금 공사하고 있는 전시관이 새롭게 문을 열면 묘역은 더 예쁘질 겁니다. 그리고 저에겐 언제나 안식처와 같은 곳입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봉하막걸리 몇 병을 사들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