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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우리집에서 첫 제사를 모셨습니다.

 

 

 

우리집에서 첫 제사를 모셨습니다.

 

 

 

인자 너거가 제사 가꼬 가라.

네?

 

 

다리도 아프고 음식 하는 것도 힘들다

네. 알았어요. 엄니.

 

 

 

해서,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집에서 제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제사날이 다가오자 아내는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둔 아이 같습니다. 전날 제사 장을 보러 갔을 때도 아주 신나서 눈이 반짝반짝 해졌습니다. 음식, 과일, 생선, 고기 등 아내는 좋은 것만 샀습니다. 엄니에게 드릴 제사 음식을 담을 통도 새것으로 마련했습니다.

 

 

 

아침 9시쯤 일어났더니 아내는 열심히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벌써 나물을 다 무쳤다는군요. 몇 시에 일어났어? 하고 물으니 일곱시에 일어났답니다. 대단합니다. 엄니가 오시고 생선을 굽고 전을 부치고 새우튀김을 했습니다. 제사 하이라이트인 탕국은 엄니와 아내가 함께 했습니다. 나도 돕고 아이들도 도왔지만 아내가 주로 다 했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병풍과 개나리 커튼의 조화가 아름답네요.^^

 

 

막내 강이는 할매와 제일 친합니다. 

 

 

제사상을 차렸습니다. 머리와 꼬리를 모두 살린 새우튀김, 그리고 명태만한 먹음직스러운 조기가 제일 인상에 남습니다. 

 

 

절하는 남자들과 감상?하는 여자들.

 

 

우리집 장남 산이입니다. 이제 세대가 바뀌어 예전에 내가 하던 것들은 산이가 합니다. 아들이 있으니 좋네요ㅎㅎ.  

 

 

 

종일 음식을 만들고 동생네가 와서 떠들고 놀고 저녁에 제사를 모시고 함께 밥을 먹고 남은 음식들을 나눠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부모님도 흡족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의 얼굴을 보니 피곤하지만 잘 해냈다는 만족감이 보입니다. 

 

 

 

아부지 나이 일흔 여덟, 내 나이 마흔 아홉. 산이가 내 나이가 되어 제사를 물려준다고 하면 딱 30년을 모셔야 하는 군요. 뭐, 그보다 일찍 산이에게 줄 수도 있구요. 제사를 가져오니 왠지 마음이 놓입니다. 진짜 어른이 된 듯한 기분도 들구요. 아내도 같은 심정일 것 같습니다.   

 

 

 

조상님. 앞으로 30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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