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

중국 언니들

 

 

 

# 30. 중국 언니들

 

 

  

"진 징리, 추석에 한국에 가?"

"아니, 안가. 왜?"

 

 

 

"그러면 밥이나 같이 먹자고"

"나야 좋지"

 

 

 

전화가 온 것은 내가 자주 가는 KTV 마미이자 친구인 리우신이었습니다. 그녀는 나의 중국 생활에서 몇 안되는 맘을 터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이자 의지가 되는 친구입니다. 서로 친해질 무렵 그녀는 KTV의 마담으로 들어갔고, 일의 특성?상 자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단골 고객이 되어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추석 연휴에 고향에 못가고 중국땅에서 외로이 시간을 보낼 나를 위해 밥을 먹자고 하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대충 츄리닝을 걸치고 차를 몰고 오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엉? 여긴 식당이 아닌데...." 하는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 생각없이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헉!! 운동장만한 홀이 나타났고, 거기에는 화려하게 치장한 아가씨들이 그야말로 바글바글이었습니다. 열댓명씩 앉은 원탁 테이블이 여남개 있고 거기에는 여러 요리들이 세팅이 되어 언니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중앙에는 간단한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그 장소는 리우신이 일하는 KTV의 피로연이었습니다. 중국에는 명절에 고향에 가는 풍속이 우리나라보다 더 한데, 명절에 사정이 있어 고향에 가지도 못하는 아가씨들을 위해 마련한 파티인거죠. 둘러보니 이백명은 됨직한 아가씨들 속에 정장을 차려입고 멋을 낸 남정네도 곳곳에 보였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관계인 손님들만 초대를 받은 거지요. 그런줄도 모르고 나는 세수도 안하고 츄리닝을 걸치고 왔으니.....

 

 

 

리우신의 손에 이끌려 원탁에 앉았습니다. 화려한 음식이 계속 나오고 몇몇 친한 아가씨들과 담소를 나누며 밥을 먹었습니다. 무대에서는 언니들이 장기 자랑도 했습니다. 예쁜 치파오를 입고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나의 노가다 경력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곳을 꼽으라면 중국에서의 생활입니다. 내가 만난 최악의 발주처와 나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았던 중국 협력업체와 중국 직원들,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 등이 어우러져서 만든 결과물입니다.

 

 

 

그런 어려운 생활 속에서 일과를 마치고 함께 훠궈를 먹기도 하고, 인근의 볼 만한 곳에 같이 가기도 했으며, 힘들어서 병원에 누워 있을 때면 옆에 있어준 친구들이 바로 이 친구들입니다. 아마 이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중국 생활을 못 버텨냈을 수도 있었습니다.

 

 

 

중국이란 글쓰기 주제를 받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추억의 단편을 적었습니다. 그 추억들은 아마도 평생 가지 싶습니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 50일  (0) 2017.10.10
김치찌개  (0) 2017.10.09
개, 가족이 되다  (0) 2017.10.08
명절 봉투  (0) 2017.10.08
내 죽으면 공원묘지에 묻어라  (0) 2017.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