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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휴가 1일차

 

 

 

# 84. 휴가 1일차

  

 

 

느즈막히 일어났다. 아내는 일찍 개락당에 출근하고 없다. 갈치와 옥돔을 굽고 아이들을 깨운다. 내가 휴가라고 산이가 왔다. 집에 오라면 와주는 산이가 고맙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강이는 "우와~ 꿀맛이다."라며 잘 먹는다. 갈치를 가운데 뼈만 남기고 어떻게 그렇게 잘 발라 먹는지..... 다 먹고 가위바위보로 설겆이를 정한다. 산이가 당첨. 오예~~ 이긴 이는 기뻐서, 진 이는 아쉬움에 크게 웃는다.

 

 

 

강이가 먼저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나가고, 이어 들이도 학원 춤 연습이 있다며 나간다. 산이랑 나랑 동네 마실을 나간다. 옆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신이 필요하다 해서 구경갔다. 편하고 예쁜 신들이 많은데, 그 나이 또래들이 신는 디자인을 고른다. 고등학교 애가 무슨 찍찍이 신발이냐고 나는 이게 훨씬 예쁘고 편할 것 같구먼.... 이라고 말 하려다 군말 없이 사줬다. 서점에 들러 미리 가지고 간 황석영 선생의 <수인>을 읽는다. 산이는 옆에 한 동안 앉아서 폰을 하더만 재미없는지 친구랑 약속을 잡고 먼저 나간다.

 

 

 

두어 시간 책을 읽으니 잠도 오고 지겨워진다. 서점을 나와 머리를 깎고 집에 와서 뒹굴거리고 있으니 강이가 오고 아내가 왔다. 처갓집 딸들 계모임이 있어 기장의 대게집에 갔다. 전국에서 오는 오랜만에 보는 사위들. 음식이 나오기 전 강이랑 손잡고 장 구경을 나선다. 활기찬 사람들, 활기찬 먹거리들. 식당으로 돌아와 원없이 대게를 먹고 김해로 돌아와 영주에서 놀러온 아내 친구 현정이 내외를 만나 초밥집에서 또 한잔 더 한다. 예전에 아내와 예천 시골집에 놀러 갔을 때, 동그란 양은 밥상에 정성껏 밥을 차려주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 때의 이야기를 한다.

 

 

 

술자리가 길어질 것 같아 강이랑 나는 먼저 집으로 돌아와 끼무룩 잠이 들었는데, 새벽 세시에 술자리를 마친 아내가 나를 깨운다. 아내와 손님을 태우고 개락당으로 이동해서 잠자리를 살피고 재운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올 겨울을 잘 넘긴 보상으로 받은 9일간의 휴가. 오늘 그 첫날이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떠나는 여행, 혹은 혼자서 하는 해외 뚜벅이 여행, 그도 아니면 아내와 단둘이 조용한 곳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힐링 여행 등을 꿈꾸었으나 다들 내 맘 같지 않다. 사실 나도 집에서 보내는 휴가가 제일 좋다. 여태 집 밖에서 떠돌아 다녔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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