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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휴가 6일차

 

 

 

# 89. 휴가 6일차

  

 

 

아침 8시 반에 자전거로 집을 나가 치과 진료를 받고 집에 오니 11시가 넘는다. 알차게 보내야지 하고 하루를 시작했으나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 치료하는데 소비하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 그리고 들어가는 돈 등으로 급 피곤해졌다. 호박죽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침대와 한몸이 된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금쪽같은 시간인데.....

 

 

 

문인화 수업을 마친 아내와 오후에 달빛책방에 들렀다. 낙동강변 장어촌 마을, 주거지도 아니고 도무지 책방이 있을 만한 동네는 아니다. 이런 곳에 생뚱맞게 책방이 있다.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니 까페와 서점과 학습이 섞인 공간이다. 3층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 했다고, 서점을 연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한다. 하드웨어는 훌륭했다. 1층은 서점과 카운터, 세미나 실이 있고 2층은 까페와 토론 공간, 그리고 아이들의 공간까지. 건물 자체를 작정하고 이렇게 만들었다. 여태 내가 보아온 서울 도심지의 좁디 좁은 동네 책방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경치도 멋드러지고. 이 하드웨어를 채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잘 만들어져야 할텐데. 여사장님에게 슬쩍 물어보니 자신있어 하신다. 프로그램도 한창 구성 중이고. 개락당과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자기 건물이다. 이거 엄청난 메리트다.

 

 

 

아내의 공방과 서로 도움이 될 부분들이 분명 있어 보였다. 내가 책을 보고 있는 사이에 아내와 사장님은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망하지 않고 오래오래 이 책방이 운영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10년 후의 책방 모습을 기대하면 너무 먼가? 10년 후의 개락당과 달빛 책방, 그리고 나의 모습은? 잠깐 상상을 해봤다. 몇 권의 책을 샀다.

 

 

 

공방에 가서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워먹고 아내는 좀 더 그림을 그린다. 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쓴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피곤한지 바로 잠자리에 든다. 강이와 함께 1000피스 짜리 퍼즐을 맞춘다. 산 들 강 셋이서 몇 시간만에 하길래 쉬운 줄 알았더만 이거 꽤 중노동이다. 나보다 강이가 더 고수다. 지치지 않고 즐긴다. 두 시간 가까이 했는데 100피스 정도 맞췄다. 아무래도 산이와 들이가 있어야겠다.

 

 

 

집 정리를 좀 해야 되는데 손을 못대고 있다. 아내랑 아이들이랑 같이 하려고 미뤄 두었는데 아내의 일과를 같이 해 보니 집안이 이런 꼴이 되는 이유를 알겠다. 벌어도 그만 안 벌어도 그만인 공방 운영이 뭘 그리 힘드냐고 가끔 타박도 했지만, 그건 만고에 내 생각이고 아내는 그렇지가 않다. 영업부터 시작해서 기획 생산을 모두 자신이 해야 한다. 친정의 식구들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그 무게는 모두 아내가 감당해야하는 것이다. 그렇다. 아내는 사장이다. 부장 나부랭이인 나와는 비교가 안된다.

 

 

 

휴가 기간에 읽어야겠다고 맘 먹은 책들이 밀려있고 쓰야겠다고 맘 먹은 글들도 밀려있다. 토일요일은 여행도 가야되고. 갑자기 바빠진다. 그렇더라도 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안일이다. 여행 다녀오면 깔끔한 집이 우리를 맞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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