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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휴가 7일차

 

 

 

# 90. 휴가 7일차

  

 

 

강이가 아침으로 콘프레이크를 먹겠다고 해서 아빠꺼도 차려 달라고 했더니 한 바가지를 담아 놓았다. 가득 담긴 콘프레이크와 우유. 강이와 함께 아침을 먹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내와 함께 개락당으로 출근. 아내는 수업이 있다고 금방 가버리고 개락당에 혼자 남는다. 오늘을 집중해서 글을 좀 써야지. 주제는 조선공산당 인물 탐구.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 먹는 시간 빼고 꼬박 앉아서 글을 썼는데 겨우 세 명에 대해서 정리했다. 아이고. 이건 엉덩이와의 싸움이다.

 

 

 

평일의 개락당은 너무 조용하다. 하늘은 맑고, 볕은 따스하고, 벚꽃은 활짝 피었다. 봄이 흐드러진다. 개락당 마당 평상에 앉아 강아지 멍군이와 함께 봄에 취한다.

 

 

 

오랜만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파와 산보도 할 겸 강이 학교에 걸어서 간다. 운동장에서 혼자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근데 걸어 나오는 녀석들은 거의 없다. 건물을 나오자마자 쏜살 같이 뛴다. 학교에 가니 좋고 마치고 집에 가니 더 좋은 건가. 한 없이 밝은 표정들이다. 강이랑 손을 잡고 공방으로 걸어 간다. 삼행시를 해보겠단다. 나그네 삼행시. 운을 띄워 달랜다.

 

 

나 : 나는

그 : 그대를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네 : ....... ㅋㅋ

 

 

오, 이런. 이거 엄마한테 써먹어 볼까? 에이 엄마는 눈치가 빨라 안될걸요?

 

 

 

강이가 체육관에 같이 가잰다. 혼자 하면 심심하다고. 그래, 그러자.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니. 아빠도 운동 좀 하고. 함께 줄넘기도 하고 원투 포즈도 잡아본다. 야, 스파링 함 하자. 헤드 기어를 쓰고 글러브도 끼고 링에 올라 제대로 한다. 3분 3라운드. 봐주기 없기다. 땡~~ 서로 탐색전을 벌이다 강이가 공격한다. 턱이 덜컹했다. 제대로 한 방 맞았다. 우씨, 아들이고 나발이고 없다. 나도 공격. 3라운드를 뛰고 나니 열기가 후끈한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강이와 함께 대청소 실시. 강이한테 알바비로 오천원을 주니 열심히 한다고 한다. 밀린 설겆이, 빨래, 정리 정돈, 청소, 쓰레기 버리기. 두어 시간을 바짝 하니 한결 깔끔해졌다. 저녁 메뉴는 모밀 국수. 강이는 설겆이 청소도 잘 하더니 무즙 만들기와 파 다듬기도 잘한다. 기특한 녀석. 아님 오천원의 위력인가. 쯔유와 물을 1:1.5 정도로 맞춘다. 국수는 4분 정도로 삶고 얼른 찬물에 씻는다. 파를 썰고 예쁘게 담는다. 와사비, 무즙, 파를 각자의 취향에 맞춰 소스를 만들고 국수를 담가 먹는다. 음, 내가 먹으도 맛나다. 강이는 폭풍 흡입. 아내도 잘 먹는다. 들이가 학원 마치고 오면 먹게 남겨둔다.

 

 

 

3일간의 수련회를 마치고 학원에 간 들이를 데리고 왔다. 너무 재미있었다고 재잘거린다. 보고만 있어도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가 막 전달된다. 함께 있으면 기분 좋은 아이들. 막내와 함께 샤워를 마지막으로 오늘 할 일이 끝났다. 약간 피곤은 하지만 충실하고 뿌듯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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