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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내 죽으면 공원묘지에 묻어라

 

 

 

# 27. 내 죽으면 공원묘지에 묻어라

 

 

  

"내 죽으면 공원묘지에 묻어라. 한 세 평 정도 사서 지금 할배 할배 산소도 다 이장하고 그 무덤에 화장한 뼛가루만 같이 묻으면 느거가 절하러 오기도 수월할게다."

 

 

 

성묘 다녀와서 과일을 깍으면서 엄니가 말씀하신다. "아직 30년은 더 살 것 같은데 뭐 그런 말씀을 벌써 하세요?" 라며 귓등으로 들었는데, 엄니는 돌아가신 그 이후의 일들을 구체적으로 또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어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주로 나온 말들이 부모들의 건강이었다. 뇌출혈로 쓰러져서 병원에 모신 지 오래된 용석이 엄마, 암 말기에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용식이 엄마, 얼마전에 돌아가신 수경이 아버지, 지훈이는 장인 어른이 오늘 내일 하셔서 비상 대기한다고 모임에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아주 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나마 고향 친구들은 명절에도 보고 가끔 끼리끼리 만나고 하니 그나마 좀 낫다. 대학교 친구들은 거의 장례식에서만 만난다. 잘 만나지 못하는 고등학교 친구들도 마찬가지이고.

 

 

 

아직은 엄니 아부지 모두 건강하시니 다행이지만, 한창 친구들과 이집 저집 우르르 몰려 다니며 친구의 부모님을 어머니 아버지 라고 부르며 어울리던 시절의 그 부모님들과의 추억이 아직 기억속에 선명하기에, 병원에 누워 계시는 친구들의 부모님 상황이 마음이 아프다.

 

 

 

"할매는 증손을 다섯이나 보고 돌아가셨는데요 뭘. 증손 보시려면 오래오래 사셔야 돼요. 건강하게."

 

 

 

이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하지만, 엄니는 죽은 후에 어디에 묻힐지가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자손들이 쉽게 치룰 수 있는 곳으로 계속 말씀하신다. 자꾸 듣다보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아냐 아냐. 벌써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 일러. 애써 생각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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