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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아침 풍경

 

 

 

# 24. 아침 풍경

 

 

  

"때릉 때릉 때르르릉"

 

 

 

아침부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무의식중에 일단 꺼고 본다. 알람이다. 평소의 기상 시간이다. 이넘아, 추석 연휴란 말이다. 알람을 모두 해제하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쓴다.

 

 

 

몸은 침대에 있지만 이미 깨버렸다. 옆에는 아내가 곤히 자고 있고 밑에는 막내가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거실로 나오니, 발소리를 들은 멍군이가 어디서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한 번 쓰다듬어 주니 또 어디론가 간다.

 

 

 

큰 아이 방으로 가본다. 어제 새벽에 배하고 머리가 아프다며 안방으로 건너왔다. 아내는 체해서 그렇다며 양손을 땄고 아이는 속을 게워내고, 나는 나만한 남자 녀석의 배도 만지고 어깨도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렇게 한 바탕 난리를 치뤘었다. 이제 괜찮냐고 물으니 잠결에 멀쩡하다고 대답한다.

 

 

 

둘째 방으로 들어간다.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본다. 신기하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내 기억 속에는 아직 아장아장 걷던 그 시절의 아이가 떡하니 있는데 말이다. 들아, 아침 먹을까? 라고 귀에 대고 물어보니, 아직 더 잘래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밥을 안치고, 어제 밤에 야참 먹었던 그릇들을 정리했다.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시며 담배를 한 대 태운다. 오늘 뭘하고 보낼 지 궁리해본다. 그러곤 노트북을 열고 어제 백쓰에 올라왔던 글들을 읽고 쓴다. 식구들 모두 자고 있는 아침에 글쓰기라. 은퇴 이후의 생활이 이런 모습이려나.

 

 

 

창에서 불어오는 완연한 가을의 아침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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