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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추억 팔이

 

 

 

# 23. 추억 팔이

 

 

 

# 1


 
 
아침에는 상당히 선선하다. 이 정도의 날씨라면 일하기 딱 좋다. 바야흐로 르와이스 사막에도 가을이 왔다....

 
라고 느끼면서 온도계를 보니 28도다. 낮에는 아직도 평균 45도다. 이런... 쒸~~ 온도계를 아니 봤어야 하는 건데....

 
보는 순간 짜증이 확 나면서 더 더워온다.....

 

 

 

 
 
# 2

 
 
차에 기름 넣으러 주유수에 갔다. 보통은 기름 넣은 일 같은 건 애들 시키지만 이 날은 휴일이라 직접 몰고 주유소에 갔다.

 
100 디람 (3만원) 어치요....

 
 아무 생각없이 주문했고 넣은 넘도 알았다는 듯 아무 생각없이 기름을 넣기 시작했다.... 근데.... 한참 넣다가 만땅이 되는 소리가 났다... 금액을 보니 75 디르함이다...  아....투산 기름 만땅 넣은데 간식으로 즐겨 먹는 쵸코렛 한 통 값이다.

 
부러운 땅 덩거리다....

 
 

 


 
 
# 3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이 있고 출근해서 현장을 돌라치면 방갈리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애들이 굿모닝 써~ 라고 반갑게 인사한다. 때가 되면 밥 주고 주말에는 특식으로 고기도 구워먹는다. 퇴근해서 마치면 읽을 책도 있고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절하고... 여기는 꽤 괜찮은 동네다....라고 여기는 찰라....

 
잠깐만 한눈 팔면 일을 엉뚱하게 해 놓는다. 인도인 부하직원에게 왜 일이 진도가 안나가냐고 물으면 100가지는 줄줄줄 그냥 대답한다. 떠거럴... 안되는 이유를 말할게 아니라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란 말이다. 발주처 담당은 파키스탄 앤데 아주 요즘은 나만 보면 갈군다. 띠불... 하루에도 몇번씩 지옥을 경험한다.

 

 

 

 

 
# 4

 
 
축구를 다시 시작했다. 한국직원은 겨우 3명.. 나머지는 대부분 이집트 애들이고 요르단 애들도 몇명 보이고 뭐.. 그렇다. 이 형님들 험상굿다. 몸싸움... 절대 안한다. 형님들이랑 부딪히면 한 10미터는 날아갈 것 같다.

 
근데 이넘들 웃기도 안하다. 약간의 반칙이나 애매모호한 상황일 경우 저거끼로 난리도 아니게 싸운다. 이게 무슨 월드컵이나 국가대항 A매치냐?!! 성질 급하기로는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이넘들도 어지간하게 다혈질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혈액형이 B형 일거야....

 
 

 


 
 
# 5

 
 
르와이스 사막에서의 생활은 단조롭다. 밥 먹고 출근 일하고 퇴근 그리고 잠이다. 다들 똑 같은 생활이지만 그나마 다른 건 저녁 먹고 난 뒤의 두세시간의 자유시간이다. 시내에 있을 땐 외식을 한다든지 가끔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혹은 언니들도 가끔 만나고 그랬지만 여기는 그런 점에서는 창살 없는 감옥이다.

 
훌라를 치는 사람, 운동을 하는 사람, 기타를 치거나 책을 보거나.... 대체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역시 드라마 혹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 나도 운동말고 한때 드라마를 열심히 보았다. 지금은 책도 즐겨 읽는다.

 
조정래 선생님의 정글만리를 읽었고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읽는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도 읽고 몇몇 사극 소설도 읽는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면 좋지만 이렇게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도 나쁘진 않다.

 

 
 

 


 

# 6

 
 
사막 한가운데로 옮긴지 4개월이 지났다. 처음 왔을 땐 황량하기 그지 없더만 요즘은 그럭저럭 살만하다.

 
어제 오랜만에 혼자 차를 몰고 사막을 질주해서 두어시간 드라이브를 했다. 눈동자에, 머리속에, 그리고 가슴에 사막 풍경을 담는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젊은 날의 한페이지를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이전의 일기를 꺼내어 본다.  

그땐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

치열했지만 낭만도 있었구나.

불과 사오년 전인데.....

그때의 글을 곱씹으며 지금의 일상을 좀 더 열심히 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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