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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코로나가 와도 너를 잊은 적 없다.

 

 

 

코로나가 와도 너를 잊은 적 없다.

 

 

 

오백만 년만의 개학입니다. 산이는 오늘 학교에 입소한다고 어제 잠을 설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개학에 제일 신난 건 접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식구 다섯 명이 복작이다 보니 못 볼 것도 보고.... 크헉. 암튼 드디어 개학입니다.

 

 

 

간디학교는 언제나 설레입니다. 기숙사로 올라가기 전에 학교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발열검사를 합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머시기야, 반갑다 하며 손을 마구 흔들어댑니다. 보고 있는 내가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동안 텅빈 운동장이, 이제 아이들이 오니 운동장마저도 설레여 하는 것 같다. 이제 학교도 아이들도, 그리고 나도 생기를 찾겠지.

 

 

교장선생님이 개반갑다고 인사를 하셨다. 선생님 저도 개반가워요. 코로나가 와도 간디를 잊은 적이 없어요. 아이들을 위한 간식인데 떼를 써서 나도 하나 얻었다. 저 문구는 아지 선생님이 지었다고. (개자랑을 하셨다.)

 

 

아이를 보내는 게 시원하다고 말하면 산이가 섭섭해 할래나. 설마 그럴리야.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 기분이 좋다. 간디 학교는 구석구석을 거닐어야 제 맛인데 그게 못내 아쉽네. 곳곳에 붙여 있는 아이들은 향한 선생님의 마음. 역시 간디학교 답다.  

 

 

기숙사에 아이를 내려주고, 평소 같으면 산이 친구들이랑 친구 학부모랑 여기서 수다에 정신이 없었을텐테. 얼른 내려만 주고 빠이빠이했다. 코로나 수칙도 잘 지켜야 되겠지만, 아이들끼리 혹은 선생님들과의 마음은 위축되지 않기를. 뭐, 간디니 그럴리야 없겠지만.

 

 

원지에서 몇몇 학부모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강가를 걸었다. 코로나가 노을을 아름답게 만든 것 같다.

 

 

학교에 발을 디딘지 2년 반이나 되었는데, 원지에 이렇게 예쁜 산책길이 있었는지 몰랐다. 담주에는 또 들이를 데려다 주러 와야 하는데, 함께 밥 먹고 산책하고 올려보내야겠다.  

 

 

 

저녁에 산이 친구 시진이의 아빠이자 내 친구인 성현이네에 들러 차를 한잔 마셨습니다. 아이를 간디에 보내고 내 생활이 풍성해졌습니다. 아까 학교에 붙어 있던 '가장 늦은 개학을 가장 멋진 학기로' 라는 문구가 떠오릅니다. 산이도 나도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