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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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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정신 # 74. 서늘한 정신 오늘도 비루하고 구차한 하루를 살았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선생이 무기징역으로 감옥에 있을 때 집으로 보낸 편지글을 모은 책입니다. 그 책에서 힘들다는 얘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검열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집안 식구들에게 자신의 비루하고 구차한 일상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징역을 살면서 항상 '서늘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장의 환경이 변명하게 만들고 지치게 만듭니다. 나는 여기서 뭘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수없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고 있지만, 섣불리 실행에 옮기기는 힘듭니다. 그게 안된다고 하면, 어찌되었건 여기서 버티는 수 밖에 없습니다. 버텨야 하는데 나를 잃지 않고 ..
PCT (판교 Crest Trail) # 73. PCT (판교 Crest Trail) 75일째. 딱 절반이 지났다. 지난 10월 말 판교의 이 프로젝트로 이동했다. 준공 5개월 남은 아수라가 한창 전개되는 프로젝트로 말이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잘 알지 못하는 특수한 성격의 건물과 경험해 보지 못한 날씨에 나는 힘들어 했다. 때마침 그 때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를 만났다. 스물일곱 살의 시궁창 인생을 보내던 여자가 우연한 계기로 지옥과 같은 4300Km의 Pacific Crest Trail를 혼자 걸으며 발가벗은 자신을 마주하며 마음속의 그 무언가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옳다구나. 딱 내 처지인걸. 이 현장에서 보내야 할 날이 150일이니 하루하루 고통스런 PCT를 걷는다 생각하고 지내다보면, 나도 셰릴처럼 내 안의 ..
꿈꾸는 삶 # 72. 꿈꾸는 삶 꿈꾸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고 별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길 가려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꿈꾸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란다. 그렇지. 꿈꾸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지. 이번에 산이가 들어갈 간디학교 교가다. 얘들아,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꿈을 품고 있어야 한단다. 그게 사는 거다. 아이들한테도 그렇게 가르쳤다. 근데, 꿈은 아이들만 꾸는 건가? 어른..
버티는 삶 # 71. 버티는 삶 버티다 보니 2017년이 지나갔다. 버티다 보면 2018년도 지나가겠지.
내년에는.... # 70. 내년에는.... 하루에 내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보통의 이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 혹은 출퇴근 수단 안에서, 그리고 퇴근 후에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어느 정도 나만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내가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집니다. 그 물리적인 양은 다 다르겠지만요. 많고 적음이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는 아닙니다. 경험을 비춰봐도 얼마 되지 않는 나만의 시간으로 행복했던 적이 있었던 반면에, 그 양이 아주 많았음에도 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가질 수 있는 내 시간의 양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년에는 내가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의 양을 늘리려고 합니다. 계속 직장을 다닌다면 그게 아주 어려..
눈 내리는 남한산성 # 69. 눈 내리는 남한산성 임금은 젖은 땅에 무릎을 꿇었다. 임금이 이마로 땅을 찧었다. 구부린 임금의 저고리위로 등뼈가 드러났다. 비가 등뼈를 적셨다. 임금의 어깨가 흔들렸고, 임금은 오래 울었다. 막히고 갇혔다가 오래 터져나오는 울음이었다. 눈물이 흘러서 빗물에 섞였다. 임금은 깊이 젖었다. 바람이 불어서 젖은 옷이 몸에 감겼다.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 김훈의 남한산성 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것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 막내 아이와 함께 남한산성엘 간다니,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아니면 이 겨울을 넘겨야 겨우 갈 수 있을지 말지라고 생각했고, 아이에게 말하니 막내도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3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잠깐 포기할까라고 생각이 들었으나..
오직 쓰고 읽는 것 뿐 # 68. 내게 남은 건 오직 쓰고 읽는 일 뿐 아무도 읽지않는다는 이유로 장문의 글을 쓰지않다보면 어느 새벽, 당신은 읽는 이가 기다린대도 긴 글을 쓸수없게 됐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리하지 않다보면 혼자만의 식사도 거칠어진다. 당신의 우주는 그런식으로 비좁아져간다. - Haery Kim on Twitter 일상이 외롭다고, 재미없다고, 힘들다고 읽고 쓰지 않으면 그 시간은 내 생애 죽은 시간이다. 내가 지금의 시간을 견디며 할 수 있는 건 오직 쓰고 읽는 것 뿐.
책읽기 좋은 시간 # 67. 책읽기 좋은 시간 집에 돌아와서 와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합니다. 종일 밖에서 일하면서 얼어붙은 차가워진 몸뚱이를 녹입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지고, 추운 날씨에 견디는 게 딱 질색인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샤워 후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침대에 눕습니다. 캬~~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봅니다. 오늘 하루 고생 했으니 지금부터 2~3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입니다. 누워서 핸드폰으로 서핑을 합니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가 한창인 요즘은 맨시티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기도 하고 지난 주 있었는 UFC 경기도 봅니다. 밴드의 새 소식도 보고 얼굴책의 주인공들도 한 번 스윽 봅니다. 그러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가 버립니다. 머리맡에 있는 책들이 째려보고 있는 것 같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