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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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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수리 # 57. 사표 수리 안빈낙도 하리라 말을 했건만, 막상 가난하니 안빈이 안 되네. 아내의 한숨 소리에 그만 체통이 꺾이고, 굶주린 자식에겐 엄한 교육 못하겠네. 매년 한 번씩은 그만둔다는 얘기를 꺼낸다. 사표의 최종 결재자는 아내다. 이게 수리가 안된다. 올 가을에도 사표를 아내에게 제출했더랬다. "이기, 미친나!" 아내의 반응이다. 아이들도 이제 머리가 컸다고, 아빠 그만두면 안되겠냐고 물으면 그럼 돈은 누가 벌어요? 라고 되묻는다. 엄니한테 일이 하기 싫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아이 셋 아버지가 할 소리냐? 며 핀잔을 주신다. 매달 받는 새경에 딱 맞추어진 씀씀이는 이제 너무 커졌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지금 받는 새경을 다른 일로 받기에는 불가능이다. 가볍게 가볍게 살자고 ..
필사한 문장들 # 56. 필사한 문장들 몹시도 상쾌한 저녁이다. 이런 때는 온몸이 하나의 감각기관이 되어 모든 땀구멍으로 기쁨을 들어마신다.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 자연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날씨는 다소 싸늘한 데다 구름이 끼고 바람까지 불지만 셔츠만 입은 채 돌이 많은 호숫가를 거닐어본다. 특별히 내 시선을 끄는 것은 없으나 모든 자연현상들이 그 어느 때보다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혼자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저자가 본 일상의 자연 헨리 데이빗 소로우 p.196) 고비(Gobi)는 그렇게 '없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럼 뭐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곳에 뭘 보러 가느냐고 묻는다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러 간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곳..
부모 자소서 # 55. 부모 자소서 "아빠, 간디학교 자소서 쓴 건데, 좀 봐주세요." "어, 그래? 어디 좀 볼까나?" 학교의 자기 소개서에는 주제가 주어집니다. 지원 동기, 입학 이후의 학교생활 계획, 자신의 장단점,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인물과 그 이유, 최근에 자신이 특별한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활동 등을 기술하게 되어 있습니다. 산이의 자기 소개서 초고는 그냥 산이 머리 속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글로 풀어 놓은 듯 합니다. 아직 선생님께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면서 다음 주부터 선생님과 퇴고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지원 동기를 더 구체적으로 쓰고, 학교에서의 계획도 자신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자세히 쓰라는 말을 했습니다. 인생에 영향을 끼친 인물..
일당 노가다 # 54. 일당 노가다 나는 일당 25만원짜리 노가다다. 일당이 많다고? 그런지도 모르겠다. 98년 10월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 얼추 20년이 다 되어간다. 이 일을 하기 91년부터 대학에서 준비했던 기간을 합하면 무시하지 못할 시간이다. 그동안 한 분야에 매진할 결과가 이 숫자로 표현되었다. 이 정도면 적정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 옛날 일당 10만원이 채 되지 않을 때보다 쪼달린다. 진짜다.) 하루를 일당쟁이 노가다 라는 맘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하루 해가 저물때면 오늘 일당을 번 것에 감사하며 마감한다. 내일은.... 모른다. 1년 후의 계획? 그런 거창한 것은 던져 버린지 오래다. 오늘 살기도 벅차다.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미래를 상상하지도 말 것'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터득한 노하..
알리오올리오 # 53.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는 라면을 끓이는 것 만큼이나 쉽습니다. 시중에 재료를 다 팝니다. 그냥 그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소스도 아주 다양하게 나와서 입맛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역시 토마토 소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면을 익히고 마트에서 사온 소스와 함께 볶으면 끝입니다. 방울토마토 몇 개를 반으로 잘라 같이 넣어주면 더 그럴싸하구요. 저는 알리오올리오를 좋아합니다. 가장 담백하고 개운하고 깔끔합니다. (근데 우리 식구중에 이거 좋아하는 사람은 저 하나라 잘 안해집니다. 아내도 좀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구요. 다들 입맛이 초딩입니다.ㅎㅎ) 만드는 법도 그 맛처럼 아주 심플합니다. 약불에 올리브유를 반 컵정도 두르고 얇게 쓴 마늘을 넉넉하게 넣고 함께 볶습니다. 페페로치노(이탈리아 ..
안치환의 영산강 # 52. 안치환의 영산강 영산강 차라리 울어 볼꺼나 이 칙칙한 어둠 몰고 소리없이 숨죽여 울어 볼꺼나 차라리 돌아 설꺼나 무너져 내린 설움 안고 여윈 허리 보듬어 돌아 설꺼나 밤마다 산마루 넘어와서 시커멓케 다가와 두 손 내미는 못다한 세월 두 손 내미는 못다한 세월 작사 이봉신 작곡 문승현 노래 안치환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가락가 있어 정신을 차리고 살펴 보았더니, 그 노래는 안치환의 영산강이었습니다. 이게 아주 오래된 곡인데요, 아마도 대학 졸업 전후에 한창 듣고 불렀습니다. 한동안은 전혀 있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 노래는 1997년 안치환의 '노스탤지어' 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자신이 이전에 즐겨 부르던 노래를 정리해 본다는 맘으로, 그래서 앨범 이름도 '향수' 라고 붙여 발매를 했습니다..
읽고 쓰기에 소홀해지지 말기 # 51. 읽고 쓰기에 소홀해지지 말기 책을 읽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읽는 시간도 현저히 줄었다.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역시 변명일 뿐이다. 시간이 부족한 것도, 책이 잘 읽히지 않는 것도 다 마음에서 나온다.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번잡한 마음의 상태가 원인일 것이다.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습관은, 그럼에도 여태 잘 수행해 왔으나 가을이 되면서 점점 소홀해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마음은 어쩌면 가을 앓이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정리가 필요하다. 가토 슈이치의 는 오늘 마무리하고 글을 쓰자. 도 얼른 마무리 하자. 그 책으로 내가 글을 쓰는 열정이 좀 더 자랐으면 좋겠다. 과 이오덕 선생의 도 틈틈히 읽자. 도 독후감을..
러시아 혁명 # 50. 러시아 혁명 사랑하는 동지, 병사, 노동자 여러분! 혁명을 승리로 이끈 여러분이 무척 기쁩니다. 여러분은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 군대의 전위입니다. 강도들의 제국주의 전쟁은 전 유럽 내전의 시작입니다. 머지않아 유럽의 자본주의는 깡그리 무너질 것입니다. 러시아 혁명은 그 시작입니다. 전 세계의 사회주의 혁명 만세! 사진 출처 : https://www.versobooks.com/blogs/3230-tariq-ali-asks-why-lenin 1917년 4월, 스위스에 망명중이던 블라디미르 레닌의 귀환입니다. 페트로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 핀란드 역에 내린 그는 장갑차에 올라 환호하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사회주의 혁명을 외쳤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의 서막입니다. 러시아 혁명, 10월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