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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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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간디학교에 합격하다 # 66. 산, 간디학교에 합격하다 산이에게 간디학교를 처음 알려준 게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 쯤이지 싶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보낼 생각보다는 이런 학교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저도 그땐 긴가민가 했었습니다. 그리곤 주위에 간디학교를 나온 아이들을 만나보고, 간디학교에 대한 책과 다른 정보를 접하면서 마음을 굳혀 갔습니다. 아이는 올 여름 간디 계절학교를 다녀와서부터 자신의 진로를 거기로 정했습니다. 문제는 가고자 하는 바램만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원이 40명밖에 안되다 보니 경쟁율이 셉니다. 아이는 나름 준비를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랑 힘을 합쳐서 근사한 자기소개서도 썼습니다.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별로 시간이 없는데도 불..
씩씩한 아내 # 65. 씩씩한 아내 전화기 너머의 엄니 목소리가 좋지 않습니다. 완전 병자의 그것입니다. 주말에 김장을 한다고 추운데서 고생을 하시더니, 결국 감기와 몸살이 걸린 모양입니다. 이노무 김장 내년부터 하나 봐라! 고 하신지 10년째 되었는데, 역시나 올해도 마지막이라고 선언을 하셨더랬는데..... 멀리 있으니 당장 가 볼 수도 없고, 마음만 아픕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엄니가 편찮으신데 한 번 가보는게 어떠냐고 말합니다. 아내 : 어이구! 내 그럴 줄 알았다. 무리해싸터마.... 나 : 그래도 함 가봐야 안 되겠나? 아내 : 모레가 할매 제산데..... 나 : 누구 할매 제산데? 아내 : 너거 할매 제사다. 할매 제사가 언젠지도 모르는기 장손 맞나? 나 : ........ 야단 들어도 쌉니다. 며칠 ..
100일 글쓰기, 끝과 시작 # 64. 100일 글쓰기, 끝과 시작 하루에 한 꼭지씩 날마다 글을 써서 100일이 되면, 마늘과 쑥으로 버틴 곰은 아닐지라도, 뭔가 변화가 일어날 줄 알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해냈다' 라는 자그마한 성취감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이 감정은 뭔가. 딱 꼬집어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굳이 말하자면 허탈감에 가깝다. 숭례문학당의 지인중에 100일 글쓰기 강좌가 가장 가성비가 높다는 말에 꼬드김을 당해 신청했다.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일종의 마감이라는 긴장감에, 글을 쓰지 않으면 뭔가 하루의 할 일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뎌 오늘이 100일째 되는 날이다. 쓴 글들을 쭉 한번 읽어보았다. 하마터면 기억의 저편에 사라졌을 순간의 시간들이 글로 바뀌어 그곳에 있었다...
물 좀 주소 # 63. 물 좀 주소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서 들어가야겠다." "그럼 나도 들어갈래요." 그냥 욕조 물에 몸을 담그고 싶어서인지 혹은 아빠랑 몸을 부비고 싶어서인지는 모르지만 막내가 같이 욕조에 들어가겠다니 좋기만 합니다. 지 먼저 들어가겠다고 큰소리 치더니 물이 뜨겁다고 발가락만 담급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녹히니 몸에 힘이 풀어지면서 몽롱해집니다. 오랜만에 막내의 몸을 부비니 새록새록합니다. "아빠, 노래 이름 대기해요." "음, 노래 이름만 대면 재미없으니 이름 대고 노래 부르기로 하자." "좋아요." 이렇게 욕조의 뜨거운 물에 앉아, 막내가 노래 이름을 대고 노래를 부르고 내가 노래 이름을 대고 노래를 부릅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함께 부릅니다. 근데 생각보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많습니다. ..
희망가 # 62. 희망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이로다 부귀와 영화를 누릴지라도 봄 동산위에 꿈과 같고 백 년 장수를 할지라도 아침에 안개로다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랴 세상만사를 잃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안치환의 희망가는 깊고 울림이 있으며 한대수의 희망가는 깃털처럼 가볍다. 송창식의 희망가는 그윽하면서도 담백하고 이연실의 희망가는 처량하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장사익의 희망가는 희망찬 기쁨의 소리이고 들국화의 희망가는 인생 망한 듯한 읊조림이다. 군함도 김수안의 희망가는 슬프디 슬픈 우리 역사이며 이선희의 희망가는 온 몸의 힐링이다.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노래인데,..
산이에게 # 60. 산이에게 "산아, 엄마 오셨나?" "에이, 엄마가 벌써 오셨겠어요? 엄마 얼굴 본 지 오래에요." "밥은 잘 묵고 댕기나?" "머, 그냥 그럭저럭요." "별 일은 없고?" "아빠가 안 오니까 집이 엉망이에요." 요즘 아내의 귀가 시간이 늦나 봅니다. 매주 한 번씩 만나는 주말부부였을 때도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제 월말부부가 되었으니 아내는 날개를 단 걸까요? 그렇다고 아내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밥벌이 한다고 늘 가족과 떨어져 있는 아빠인데요. 뭐 그런 아빠니 엄마를 뭐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교육은 부모가 좋은 낯빛을 보이는 거라 배웠습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라는 말보다 그저 좋은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따라올 ..
본심 읽기 # 59. 본심 읽기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말 하는 걸 즐겨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말은 하지만, 말하는 재주가 없을 뿐더러 말보다는 글이 편한 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회식이나 그런 장소에 가는 것도 꺼려합니다. 아이들이나 아내에게도 그리 말을 하는 편이 아닙니다. 아내는 이런 나를 가끔은 재미없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날으는 솔개가 아니라서 말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말을 한다는 이야기는 듣는 상대방이 있다는 말입니다. 나도 누군가의 말을 듣습니다. 인간사의 일을 "그러하구나!" 라고 함축적으로 표현을 한다면 그 말을 알아듣는 이가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은 곧 그런 표현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밖에서 ..
Let me go home # 58. Let me go home Another Summer has come and gone away In Paris and Rome But I wanna go home Maybe surrounded by million people I still feel all alone I just wanna go home Oh, I miss you, You know And I feel just like I'm living someone else's life It's like I just stepped outside When everything was going right And I know just why you could not come along with me That this is not your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