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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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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일 # 82. 어느 휴일 따르르르릉~~~ 알람이 울린다. 6시 40분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회사 안간다구.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웠다. 멍하니 누워 일어날지 말지 고민하다 잠이 들었고 다시 깼다. 시계를 보니 7시 50분. 엉금엉금 일어나 이를 닦고 노트북과 어제 산 책과 빵을 주섬주섬 챙긴다. 물을 한 컵 들이키고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따뜻할 거라 생각하고 워머를 하지 않았더만 귀가 시리다. 오늘의 일상도 다르지 않군. 자전거의 행선지가 현장에서 도서관으로 바뀐 것 빼고는. 도서관에 도착하니 이제 겨우 몇 사람 와 있다. 일찍 오긴 왔나보다.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켜고 책을 편다. 책의 배경은 백 년전의 경성이다. 어떻게 살아도 비극으로 끝나는 시대였지만 뜨겁게 사는 사람들이 책 속에 있었다. 책을 읽..
오래된 편지 # 81. 오래된 편지 이거 해석 쫌 해도고 야, 이게 언제적 편지냐? 2000년도 다이어리에 낑기가 있는 거 주웠다. 이걸 아직 가지고 있는 게 용타. 아직 해석 안하는 거는 더 용하고. 번역해가 올리라. 안 알랴줌. 오래된 친구한테서 오랜만에 카톡이 날라왔습니다. 아주 오래전 히로시마 대학교를 지을 때 친구에서 쓴 편지입니다. 그 편지가 반가웠고, 그걸 아직 보관하고 있고 뜬금없이 나에게 보낸 친구가 또 반가웠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친구입니다. 세상에서 친구가 가장 중하다고 여길 때 옆에 있던 친구입니다. 다들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고 이젠 예전처럼 자주 볼 수 없는, 친구 부모님의 부고시에나 만날 수 있는 처지가 되었씁니다. 편지를 보니 20대의 그 까마득한 시절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산이 중학교를 졸업하다 # 80. 산이 중학교를 졸업하다 큰 아이 산이가 중학교 졸업을 합니다. 아빠는 밥벌이로 멀리 있어 갈 수가 없습니다. 엄마도 그 날 수업이 있는데 대타 선생님을 구해본다 어쩐다 하더니 결국 못 간다고 합니다. 아이고, 졸지에 부모님 없는 졸업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산이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쾌활하게 괜찮다고 합니다. 부모 된 입장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 졸업식에 가는 기쁨도 못 누릴 정도로 바쁜 밥벌이가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들이가 자기네 학교 얼른 마치고 가본다고 합니다. 막내이는 하필 그날이 전교 회장 선거라 형아 졸업식에 못간다고 합니다. 그래, 들이야. 니가 가족 대표로 오빠야 축하해줘~ 다행히 가까이 사는 사촌들이 참석한다고 하니 마음이 좀 놓입니다. 중학교 졸업인데도 왠지 다 키웠다는 ..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79.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자크 라캉 현장에서 내가 할 일은 내가 맡은 구간의 공사를 주어진 시간 내에서 안전하게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 마치는 겁니다. 그 일을 위해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수십 통의 전화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 격려와 회유와 협박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누구를 위한 일일까요? 요즘의 나를 보면 우리 현장 오야지가 닥달하니까, 그에게 인정받으려고 일하는 건 아닌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나는 나의 일을 하지만 조직생활에서는 그것이 곧 현장의 수장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회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딱 잘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라캉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지만, 이것이 나의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 구분이 애매..
나의 우주 # 78. 나의 우주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곧 나의 우주다. 매일 거의 똑같은 사람을 만나 거의 똑같은 일을 하고 거의 똑같은 말을 하며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책이라는 경험의 매개체가 있긴 하지만 그것의 효용은 한정적이다. 나의 우주는 자꾸만 좁아져 간다.
생일 # 77. 생일 노가다는 아침 조회를 합니다. "2018년 1월 23일 화요일 아침 TBM을 시작합니다. 먼저 국민체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단상에 서서 이렇게 말하며 조회를 시작했습니다. 어, 1월 23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날인데..... 체조를 하면서 그제서야 눈치를 챘습니다. 생일입니다. 아, 오늘이 내 생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하루 중 가장 바쁜 아침을 보내느라 또 까맣게 잊었습니다. 이것 저것 챙길 것 챙기고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데 생일 축하한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정관장 부원동 지점에서요. 아이 서글퍼라. 생일날 제일 첨 오는 문자가 이런 거라니!! 그러면서 카톡을 보니 많은 문자들이 와 있었습니다. 아내에게서, 누나와 동생에게서, 친구들에게서, 지인들에게서, 그리고 엄니한테..
Another Brick in the Wall # 76. Another Brick in the Wall We don't need no education. 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 No dark sarcasm in the classroom. Teachers leave them kids alone. Hey, teacher leave them kids alone. All in all it's just another brick in the wall. All in all you're just another brick in the wall. 우린 교육도 필요없고 생각의 통제 같은 것도 필요없어요. 교실에서 빈정거림도 필요없어요. 다만 그저 내버려두세요. 결국 벽속의 또다른 벽돌일 뿐인걸요. 고등학교 시절, 핑크 플로이드의 두..
스스로 선택하기 # 75. 스스로 선택하기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라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가끔 청소나 빨래를 해야 할 때도 "산아, 청소 같이 하자." "들아, 빨래 좀 해야 되지 않겠니?" 라고 합니다. 특히나 기회비용이 생기는 어떤 선택을 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되도록 아이들이 선택하도록 놔 둡니다. 물론 정답이 빤히 보이는 선택을 못할 때는 정답으로 유도하기도 합니다만, 그것도 아이들이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강요한 일에 대해서는 아이들도 책임이 없어 합니다. 자신이 책임을 지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은 곧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사는 첫 걸음이기도 합니다..